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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대선주자 인터뷰] (2) 정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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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대선주자 인터뷰] (2) 정동영

입력
2006.01.1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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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탈당은 黨에도 국민에도 백해무익"

_노무현 대통령이 탈당의사를 내비쳤는데.

“원론적인 문제제기다. 인사권은 침해될 수 없다는 것이다. 개각 후에 비판은 있을 수 있지만 사전협의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생각인 듯 하다. 당에 부담이 된다면 헤어지는 방법도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어제가 처음이 아니고 작년 중반기에도 문제가 제기됐다. 내부 논의로 정리된 문제다.”

_취지를 이해한다고 하자. 그러나 탈당 같은 극단적인 얘기를 자주하면 국민이 불안하지 않은가.

“핵심은 당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데서 출발한다. 당을 위해서는 뭐든지 해줄 수 있다는 충정이다.”

_노 대통령이 탈당하면 도움이 된다고 보나.

(단호하게)“백해무익이다. 당과 대통령, 정부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민도 이로울 게 없다. 대통령이 떠난 당은 여당이 아니다. 그러면 정국도 불안정해진다. 불안정한 구조에서는 민생도 영향을 받는다.”

_대통령은 지방선거 후에 그럴 수도 있다고 했다.

“가정법을 써서 예단하는 것은 현실감이 없다.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중심 지도력을 세우고 책임있는 자세로 당을 통합, 대통령과 긴밀한 소통을 해야 한다.”

_초ㆍ재선 의원들은 대통령을 비판하고 총리 책임론을 제기했는데.

“핵심은 정세균 전 의장과 유시민 의원의 입각 두 가지다. 하나는 대통령이 솔직히 인정했다. 정 전 의장의 입각은 노 대통령이 깜박했다고 했고, 비서실장과 총리도 깜박했다고 했다. 당 의장이 전당대회 준비에 진력하고 있는데 쑥 뽑아버리니까 당으로서는 황당했을 것이다. 유시민 의원에 대해서는 의원들의 거부감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대통령은 나름의 구상에 따라 인사할 수 있는 것 아니냐.”

_청와대에서 유 의원의 입각을 ‘차세대 지도자 육성론’으로 설명했다. 어떻게 보나.

“여당이 잘되려면 인물이 많아져야 한다. 국정경험을 쌓을 기회를 의원들에게 주는 것은 좋다고 본다. 집안의 제일 큰 가난이 인물 가난인데, 명색이 집권여당으로서 인물을 양성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본다.”

_유 의원을 평가해달라.

(배석한 참모의 자문을 구해 본 뒤)“그 코멘트는 안 하겠다.”

_피하지 말고 답해달라. 사람들이 싫어하는 유 의원을 입각시키는 게 지방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제기가 있는 것 아니냐.

(고개만 끄덕이며)“다음 질문으로 가자.”

_전당대회로 화제를 옮겨보자. 김근태 고문은 ‘정 고문이 의장이 되면 당이 화장만 고치는 격’이라고 했다.

“나는 위기 돌파의 정치를 해온 사람이다. 민주당 때부터 정풍운동, 국민경선, 신당창당 등 위기의 고비마다 맨 앞에서 몸을 던졌다. 위기가 아니라면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누가 위기돌파에 적임자인지는 현명한 당원들이 더 잘 판단할 것이다.”

_정동영계가 그 동안 당 운영 맡았는데 성공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남의 탓 하는 집보다 자기 탓하는 집이 잘 된다. 책임은 남에게 돌리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것이다. 되는 집안의 특성이 그것이다. 전당대회가 성공하고 당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금도(襟度)가 있다. 아름다운 경쟁과 협력, 이게 깨지면 안 된다. 지난해 4월 전당대회는 부질없는 노선 투쟁으로 당을 가라앉게 만들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두 사람의 경쟁은 금도 안에 있어야 한다. 저는 앞으로 김 의원에 대해 칭찬만 하려 한다. 정부에 가 있던 사람에게 당의 어려움을 책임지라니…당권파라는 말은 대단히 정치적인 용어다.”

_당을 정동영계가 운영해왔다는 얘기에도 동의 안 하나.

“신기남 임채정 이부영 문희상 의장이 어떻게 정동영계냐. 그 분들의 인격과 리더십을 모욕하는 것이다. 아마 김 고문과 가까운 분이 더 많을 것이다. 당원과 정동영을 떼어 놓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_여론조사를 해보면 다수가 경제나 실용을 택하고 개혁 쪽이 소수다. 그러나 당에서는 오히려 반대의 논리가 더 통하고 있는데.

“당이 이렇게 된 이유 중 하나가 국민 이익과 동떨어진 소모적 노선투쟁이다. 우리당의 정체성은 한번도 변한 적이 없다. 중산층과 서민의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어떻게’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 편가름의 정치를 중지하지 않으면 살아날 길이 없다. 그것이 제1조 1항이다.”

_왜 본인이 당 의장이 돼야 하나.

“정치하는 동안 몸을 던져서 위기를 돌파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지금 당은 패배주의에 함몰돼 있다. 성공한 경험을 갖고 다시 한번 당을 구해보겠다. 자신 있다. 당을 살려내기 전에는 내 개인의 미래도 없다.”

_통일부장관 재임 기간을 어떻게 평가하나.

“1년 반 장관을 했다. 적어도 평화를 위해 몇 마일 전진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발전에 전력투구를 했다. 광화문에서 매일 아침 개성공단으로 출근버스 2대가 출발한다. 구체적으로 만들어냈다. 6자회담을 궤도에 올렸고 남북관계를 한단계 더 높였다.”

_남북철도 개통 등의 약속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곧 될 거다. 남북장관급회담에서 합의된 사항이다.”

_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 중인데 그 목적은 무엇이라 보는가.

“북의 목표는 국제사회 일원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생존을 위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개방 현장을 직접 보고 ‘이렇게 해보자’는 부러움과 의욕을 느낀다면 긍정적이다.”

_한나라당의 사학법 장외투쟁을 어떻게 보나.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은 국민기만이고 시대착오적이다. 특권층 비호정당이라는 본색도 드러났다. 전교조의 사학장악 논리는 정치선동이다. 전교조가 재단이사에 들어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박근혜 대표는 자신의 대선전략에 우리의 미래인 학생들을 볼모로 잡고 있다. 박 대표가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이번에 보니 권력쟁취를 위해 어떤 사안도 정치화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실망했다. 박 대표는 양치기 소녀가 됐다.”

_그러나 유서깊은 사학과 명망있는 종교지도자도 사학법에 반대했다.

“자율적으로 운영을 잘 해왔는데 왜 간섭이냐는 데서 충돌이 있다. 그러나 국민세금 있는 곳에는 국민이 볼 권리가 있다. 사학교사 월급을 국민 세금으로 주고 운영자금 대부분이 학부모 주머니에서 나온다. 투명성을 높이자는 것이지 사학에 간섭하자는 것은 아니다.”

_선동이라 해도 전교조를 문제삼은 것이 먹혔다면 전교조도 생각할 점이 있지 않을까.

“전교조가 그 동안 교육현장의 민주화, 투명화에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교원평가제 거부 등 이익을 지키려는 행태를 보인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_민주당과의 통합론에 대해 어떤 생각이냐.

“원론적으로 개혁ㆍ민주ㆍ미래세력이 하나가 돼야 한다. 냉전 수구세력은 갈수록 결속하고 민주개혁 세력은 나눠져 있어 큰 문제다. 그러나 선거전략으로 추진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

_이명박 서울시장이 상승세다. 어떤 평가를 내리겠는가.

(한참 뜸을 들인 후)“국민이 추진력을 높이 산 것 아닌가. 다른 말로 하면 시대가 역동적 리더십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당을 살려낼 리더십도 역동적이어야 한다.”

_연초에 절에도 가고 고민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솔직히 고백하면 아직 여의도 정치가 낯설다. 남북문제에 온통 쏠려 있다가 정당정치로 옮겨오는데 시차적응이 안 된다. 하지만 이번 출마를 운명적으로 받아들였다. 분명히 쓴 잔이지만 피해가지 않겠다.”

정리=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 포인트 및 약력

약력

▦전북 순창(53)

▦전주고ㆍ서울대 국사학과

▦MBC 기자

▦15,16대 의원

▦국민회의, 민주당 대변인

▦열린우리당 당의장 ▦통일부 장관

▦열린우리당 상임고문

포인트 '신중해진 정동영'

정동영 상임고문은 12일 인터뷰 내내 신중한 자세였다. 천천히 생각하면서 답했고 민감한 문제에는 참모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많이 웃지도 않았다. 질풍노도의 ‘몽골 기병’은 그 곳에는 없었다.

자신을 비난했던 유시민 의원에 대한 평가를 집요하게 물었으나, 정 고문은 한참 생각하다 끝내 답을 안 했다. 직접 만나본 김정일 위원장의 품격에 대해서도 “북의 최고책임자를 이렇게 저렇게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피해갔다.

이명박 서울시장의 상승세를 거론하며 슬쩍 감정을 자극했으나, 참모들과 상의한 후에 돌아온 답변은 “추진력있는 역동적 리더십”이라는 호평이었다.

정 고문도 자신의 변화를 알고 있었다. 그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과 통일부장관을 하면서 체득한 제일 중요한 덕목이 프루던스(prudenceㆍ신중)”라고 말했다. “점점 내 말에 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참모들은 “국가 최고기밀을 다루면서, 자칫 깨지기 쉬운 유리병 같은 남북관계를 다루면서 신중해졌다”고 말했다. 이런 신중함이 아직도 40대처럼 보이는 그에게 경륜의 무게를 더해줄지 주목할 일이다.

정녹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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