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금융권 최대 매물인 외환은행 매각절차가 공식 개시됐다. 유력한 인수희망자인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의 물밑 움직임도 빨라지게 됐다.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은 12일 직원들에 대한 사내 방송을 통해 “대주주인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매각주간사로 씨티그룹이 선정됐음을 통보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초청장발송, 의향서접수, 입찰, 우선협상대상자선정 등 매각작업은 이제 급물살을 타게 됐다.
문제는 가격이다. 외환은행의 시가총액은 현재 약 9조5,000억원으로 론스타 지분(50.53%)만 인수하는데도 4조7,000억원이 든다. 여기에 최대주주 지분 매입 때 2, 3대 주주인 코메르츠방크(14.61%) 수출입은행(13.87%) 지분도 함께 사야 하는 ‘태크 어롱(tag-along)’옵션 등까지 감안하면 6조원이 넘어설 수도 있다.
‘고가(高價)’에도 불구,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의 인수의향은 분명해 보인다. 국민은행(자산 200조원)으로선 외환은행(70조원)을 인수하면 자산규모가 270조원에 달해 ‘조흥+신한(160조원)’을 100조원 이상 격차로 제치고 확실한 독주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특히, 국민은행의 국내ㆍ소비자 금융부문 경쟁력과 외환은행의 해외ㆍ기업금융 강점이 결합되면 외형확대 못지 않게 질적 시너지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다.
국민은행 고위관계자는 “주간사측에서 세부조건에 대해 알려오면 입찰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내부적으론 준비작업을 상당정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지주의 인수의향은 국민측보다 훨씬 강하다. 100조원 자산의 하나은행은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하면 자산규모 2위로 뛰어오르고 내친김에 정상까지 넘볼 수 있다.
하지만 외환은행을 국민은행에 뺏기고, 우리 또는 신한은행이 LG카드를 가져가면 선두권 경쟁에서 밀려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나금융지주 고위관계자는 “세계 어느 나라도 1위 기업이 인수ㆍ합병(M&A)을 통해 규모를 더 확대하는 것을 용인하지는 않는다”면서 “독과점 방지와 경쟁촉진 차원에서라도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를 허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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