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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리메이크 되는 김수현의 '사랑과 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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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리메이크 되는 김수현의 '사랑과 야망'

입력
2006.01.1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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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무려 74%(MBC 자체 조사)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사랑과 야망’(극본 김수현, 연출곽영범). 드라마의 줄거리를 더듬다 보면 기억은 ‘태수네 방앗간’에 다다르게 된다. 병든 남편을 대신해 방앗간을 꾸려가던 어머니에게 ‘신앙’과도 같았던 일류대 정치학과 출신의 큰아들 태준과 사고뭉치 태수, 그리고 이 형제의 ‘여자’들이 야망과 사랑을 놓고 펼친 일대 로망의 시발점이 된 장소다.

SBS가 2월4일부터 방영할 리메이크작 ‘사랑과 야망’을 위해 최근 전남 순천시가 조례동에 이 ‘태수네 방앗간’을 세웠다. 방앗간을 비롯해 200여 채의 집이 들어선 1만2,000평 규모의 오픈 세트 준공식이 있었던 12일, 20년 만에 자신의 작품을 다시 만들게 된 곽영범(60) PD의 감회는 남달랐다.

“한 3년 전부터 김수현 작가와 이 작품을 다시 해보자고 의기투합했죠. 전에는 없던 세트도 생겼고 여건도 많이 좋아졌으니 20년 전 작품을 만들 때 아쉬웠던 걸 제대로 찍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예상 시청률요? 글쎄요…. 방송사가 직원들을 풀어 세운상가 주인들이 켜놓은 프로그램을 체크하며 시청률을 조사했던 그런 시절도 아니고 방송 환경도 많이 달라졌으니 한 40% 정도 나오지 않을까요.”

방송환경 만 달라진게 아니다. 2002년 고인이 된 남성훈씨가 맡아 강한 인상을 남겼던, 냉철하지만 미자에 대한 사랑 만큼은 변함없었던 태준 역은 탤런트 조민기씨가 맡았다. 걷는 모습이나 구부정한 자세가 남성훈씨와 많이 닮아 캐스팅됐다. 지금은 교회 집사로 활동하고 있는 차화연씨가 연기했던 미자 역은 한고은씨에게 돌아갔다. 청춘 스타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이덕화씨가 연기했던 태수 역은 이훈씨가, 김청씨가 연기한 태수의 연인 은환 역은 이민영씨가 각각 맡았다.

이덕화씨는 카메오나 단역으로라도 다시 ‘사랑과 야망’에 출연하길 원했지만 극적 긴장감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제작진의 만류로 무산됐다.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를 배경으로 했던 드라마의 시간 배경이 90년대 초반으로까지 넓어지고, 미자를 발탁해 톱스타로 키우는 혜주(이승연)의 직업이 패션디자이너로 설정된 것도 원작과 다른 점이다.

한국판 ‘야망의 계절’로까지 불렸던 ‘사랑과 야망’의 영광 재현을 위해 배우들과 제작진은 바쁘다. 한고은씨는 코맹맹이 소리를 고치기 위해 비후염 치료를 받았다. 치아도 교정하고, 발음 연습을 위해 3개월간 독선생에게 ‘특별훈련’까지 받았다. 조민기씨와 이훈씨는 가난했던 60년대 청년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체중을 각각 8㎏, 11㎏씩 뺐다.

제작진은 60년대의 풍광을 담아내기 위해 순천 오픈 세트 외에도 부안, 고성, 영월, 태백, 군산 등지로 옮겨다니고 있는데, 태준과 태수가 입을 내복 등 의상을 구하는데도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도 결코 달라지지 않는 것은, 곽 PD의 말처럼 “야망보다는 사랑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 원작의 메시지”이다.

순천=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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