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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구멍난 양말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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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구멍난 양말을 바라보며

입력
2006.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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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산 신발을 신고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가 집에 와서 신발을 벗으니 한쪽 엄지발가락이 양말 바깥으로 비죽이 얼굴을 내민다. 내 발가락이지만 그 모습이 신기해 한참 내려다보았다.

매일 양말을 신고 다니지만 그것이 떨어져 발가락이 얼굴을 내밀 때까지 신었던 적이 요 근래엔 거의 없었던 것 같았다. 어쩌다 뒤꿈치가 나달나달해지거나 또 오래 신다보니 양말목이 느슨해져 버릴 때도 있지만, 가장 많이 버린 경우는 한참 신다보면 멀쩡한 것들이 서로 짝짝이로 돌아다녀서가 아니었나 싶다.

우리가 어릴 땐 양말 천이 안 좋아서인지, 아니면 우리가 너무 줄기차게 돌아다녀서인지 양말 앞부분과 뒤꿈치가 금세 떨어졌다. 겨울이면 밤마다 어머니는 침침한 등잔불 아래에서 우리 다섯 형제의 양말과 내복, 겉옷의 팔꿈치와 무릎 부분을 꿰매는 게 일이었다.

이젠 옷도 양말도 낡아서 떨어지고 해어질 때까지 입지 않는다. 아이들 옷은 금방 작아져서 못 입게 되고, 어른 옷은 오래 입어 유행에 뒤쳐지거나 싫증이 나서 바꾼다. 양말 바깥으로 얼굴을 내민 발가락을 내려다보다가 어린 시절 밤마다 우리의 양말을 꿰매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생각났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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