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움은 크지만 세계 과학계는 황우석 교수의 논문조작을 한국 과학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하지는 않고 있다.
세계 생명과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구성된 생물학 저널 ‘셀’의 편집위원인 데이비드 키멜만 미국 워싱턴주립대 생화학과 교수는 오히려 “한국 과학의 명성은 손상되지 않을 것”이라며 젊은 과학도에게 부정(不正)과 대면하는 용기를 가지라고 격려하는 기고문을 11일 한국일보에 보내왔다.
키멜만 교수는 이 대학‘의생명과학 연구 윤리 강좌’의 책임 교수이기도 하다.
황우석 교수 사태는 한국 과학계에 당혹감을 안겨 준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긍정적인 면도 있다. 한국 과학계가 조치만 제대로 취한다면 세계 과학계는 한국이 이 문제를 신중하게 다뤘음을 확신할 것이고, 한국 과학자의 명성은 전혀 손상되지 않으리라는 사실이다.
과학계에서 논문 조작은 오래 전부터 골칫거리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논문 조작은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분야건 일어난다. 과학은 사회에 큰 공헌을 하지만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는 늘 있게 마련이다.
다행스러운 일은 그들이 거의 언제나, 그리고 신속히 발견된다는 점이다. 과학의 본질은 동료 과학자들의 결실을 토대로 한다. 과학적 성과가 중요할수록 더 빨리 과학자들이 그것을 재현하고자 한다.
만약 실험이 재현되지 않으면 다른 과학자들은 왜 그럴까 의문을 갖기 시작하고, 조작을 발견하기 시작한다. 사기를 치려면 사실이 드러나기까지 수년이 걸릴 애매한 분야에서 해야 한다. 그러나 대체로 사기꾼들은 유명해지길 원하고, 그래서 세간의 이목을 끄는 분야에서 사기를 치고 결국 그 때문에 몰락한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관리자라면 새로운 제도를 만든다.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일이 있다. 현대과학은 흔히 중견 교수와 젊은 과학도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의 실험실에서 이뤄져 조작이 쉽지 않다. 데이터가 공유돼야 하고 많은 논문 공저자가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속임수를 쓰려는 과학자는 비판을 가할 게 뻔한 동료들에게 실험 데이터를 숨겨야 한다. 이 때 중요한 점은 가장 나이 어린 학생부터 가장 나이 많은 교수에 이르기까지 실험실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의심스러운 부정에 직면했을 때 이에 맞서야 한다는 사실이다.
오랫동안 조작의 문제와 싸워 온 미국에서조차 젊은 과학자들은 자신의 앞날을 우려해 제보를 꺼린다. 권위의 무게가 서양과 다른 동양 문화에서는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과학자들은 조작을 제보하는 일이 자신의 권리가 아니라 절대적 의무임을 인식해야 한다. 설사 제보 대상이 자기 실험실의 최고 책임자라 해도 말이다.
젊은 과학자들은 연구의 길에 접어든 그 순간부터 끊임없이 거짓을 제보해야 한다고 교육받을 필요가 있다. 모든 대학과 연구기관에 제보자들이 철저히 비밀을 보장받고 경력을 위협받지 않고 찾아갈 수 있는 책임자나 부서가 있어야 한다.
한국 과학계는 이제부터 모든 과학자, 특히 젊은 과학도들에게 연구윤리를 교육하기 시작하길 바란다. 그리고 과학자들이 처한 문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도록 격려해야 한다. 세계 과학계는 그러한 한국 과학자에게 전폭적 신뢰를 보일 것이다.
데이비드 키멜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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