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부터 에이즈나 AI에 이르기까지 숙주인 우리 몸 속에 기생하며 수시로 생명을 노리는 바이러스는 인간의 숙적이다. 바이러스는 웨스트 나일 뇌염, 니파 뇌염, 한타 바이러스 폐증후군 등 이름마저 생소한 질병으로 진화하며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게다가 결핵, 페스트 등과 같이 잊혀졌던 전염병들도 다시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는 21세기를 ‘전염병의 시대’라고 규정한다.
EBS가 13일 오후 10시부터 2부에 걸쳐 방송하는 ‘바이러스’(연출 이연규)는 이 무시무시한 병원체의 정체를 알아보는 특별 다큐멘터리다. 1부 ‘추적’ 편에서는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 형태로 숙주의 몸에 기생하며 번식과 증식을 통해 돌연변이에 능한, ‘천의 얼굴’을 가진 바이러스의 기원과 특징을 알아본다.
또 고대부터 흑사병으로 수 백 만 명이 목숨을 잃은 14세기 유럽, 현대에 이르기까지 바이러스가 인류 역사에 끼친 영향을 분석한다. 잉카 제국이 스페인 병사들이 퍼뜨린 천연두로 멸망했다는 가설과 ‘파라오의 저주’가 투탕카멘 무덤을 발굴하면서 유출된 바이러스에서 유래됐다는 가설도 추적해 본다.
2부 ‘동거’ 편에서 초점을 바이러스에서 이에 맞서는 인간으로 옮긴다. ‘인류에게 가해진 천형’이자 ‘21세기 흑사병’으로 불리는 에이즈로 고통 받고 있는 아프리카 환자들의 생활을 카메라에 담았다. 또 국내 에이즈 환자의 일상을 통해 바이러스와 동거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생존 전략도 알아본다.
제작진은 ‘바이러스에 대한 오해와 편견으로 에이즈 환자 등을 차별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해를 돕는다’는 기획 의도 아래 1년간 이집트와 프랑스, 영국 동남아와 남미 지역 등을 넘나들며 프로그램을 촬영했다.
이 같은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기존 의학 다큐멘터리의 딱딱함에서 과감히 벗어나 다큐멘터리의 화자 자체를 인간이 아닌 ‘바이러스’로 설정하는 새로운 형식도 시도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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