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닉슨을 낙마시킨 워터게이트의 ‘딥스로트’(내부고발자)가 입을 열기 직전인 1972년 6월, 뉴욕 타임스퀘어의 한 극장에서 영화 ‘딥스로트’(deep-throatㆍ목구멍 깊숙이)가 개봉된다. 클리토리스가 목구멍 안에 있음을 알게 된 한 중산층 여성이 펠라티오(구강성교)에 탐닉한다는 내용의 하드코어 포르노그래피였다.
영국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가 1992년에 쓴 책 ‘현대사회의 성ㆍ사랑ㆍ에로티시즘’에서 인용했듯이 미국 24개 주가 법령에 오럴섹스를 ‘남색행위’로 규정해 불법화하는 판이니, 그보다 꼭 30년 전 개봉된 이 영화가 당시 주류사회의 청교도적 성의식에 가한 충격은 가히 테러 수준이었을 것이다.
의회까지 나선 3년여 동안의 조사 끝에 영화 관련자 117명이 기소되고 남자 주연배우가 5년의 실형을 산다. 하지만 2만5,000달러가 투자된 이 저예산 포르노는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으로 무려 6억 달러의 수익을 남겼고, ‘성 해방과 평등, 반문화’ 기치의 60년대 히피 문화의 대미를 말 그대로 ‘극적으로’ 장식했다.
‘인사이드 딥스로트’는 그 ‘딥스로트’의 이면-제작 배경과 남녀 배우 및 스텝들의 촬영비화, 후일담, 사회적 파장과 반향-을 들여다보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는 당시의 자료영상과 관련자 인터뷰 등으로 이어진다.
영화가 개봉된 뒤 시대의 히로인으로 떠오르지만, 끝내 비운의 삶을 살다 92년 교통사고로 숨진 여배우 ‘린다 러브레이스’의 삶도 소개된다.
그는 레이건 행정부 시절 반(反) 포르노 운동에 가담, “아직도 내 영화를 보며 히죽거리는 남자들을 보면 강간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영화는 문화 검열, 포르노라는 뜨거운 장르를 바라보는 시선의 시대적, 사회적 변천을 차갑게 보여준다.
포르노그래피가 반항의 코드로 이해되던 시절을 지나 성(sexuality)이 혁명언어의 반열에 굳건히 선 시대를 만났지만, 여성의 이미지는 여전히 TV광고 등 소프트포르노 영상을 통해 사랑의 대상이 아닌 욕망의 대상으로 동원되고 있다. 이 ‘다큐’가 던지는 질문-우리 시대의 ‘딥스로트’들의 의미-앞에 우리는 여전히 궁색하다.
미국 다큐멘터리 제작명가 HBO다큐멘터리가 제작했다. 서울 명동CQN 단관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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