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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앙팡 테리블] (5.끝) "최연소 챔프 손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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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앙팡 테리블] (5.끝) "최연소 챔프 손초롱

입력
2006.01.12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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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세계 최연소 여자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에만 얽매이지 않겠어요. 진짜 나만의 권투, 나만의 스타일을 통해 진정한 세계 챔피언으로 거듭나고 싶어요.”

올해 2월로 만 19세가 되는 ‘작은 거인’ 손초롱(현풍F&Bㆍ사진). 지난 3일 오전 서울 광장동에 있는 소속사 현풍프로모션 체육관에서 만난 손초롱은 시내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대한민국의 10대 소녀였다.

지난해 11월 국제여자복싱협회(IFBA) 미니멈급 세계타이틀매치에서 혈전을 벌인 끝에 세계 여자복싱 사상 최연소 챔피언(만18세9개월)에 등극했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힙합 스타일의 청바지에 빨간색 파카를 입고 최근 유행하는 빵모자를 눌러썼다. 작다 못해 ‘앙증맞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10대 소녀. 긴장을 풀기 위해 근황을 물으니 “친구들하고 엄청 먹으러 돌아다녀요. 치킨, 삼겹살, 아이스크림 이것 저것 가리지 않아요”라며 깔깔 웃는다. 연예인, 친구에 관한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도 모른 채 수다를 떨고 ‘필’ 받으면 2차로 노래방으로 직행한다는 손초롱은 얘기 도중 좀 쑥스러운 지 몸을 꼬며 배시시 웃는다. 아직 소녀 티를 벗지 못한 천진난만한 모습이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는 순간 왼쪽 눈썹 위에 난 상처는 손초롱이 복서라는 현실을 환기시져주기에 충분했다. 타이틀매치 때 다쳐 속으로 4바늘, 겉으로 10바늘을 꿰맨 흔적이다. 50여 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날 경기의 처절함을 보여준다. 걱정스러워 하는 기자에게 손초롱이 오히려 “이쁜 얼굴에 상처가 나서 속상해요”라며 농을 던진다. 내친 김에 별명을 물으니 ‘어리버리’ ‘국민 여동생(탤런트 문근영)’이란다.

손초롱에게서는 1960~70년대 어려웠던 시절 복서들이 가졌던 처절함이나 절실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고교 1학년 때 권투를 시작한 손초롱은 “재미가 있어 권투를 계속했고, 앞으로도 재미있게 권투를 할 거예요”라며 특유의 ‘펀(Fun) 복싱’을 역설한다. 이 같은 낙천적인 성격이 그의 지금을 만든 것일까. 손초롱의 또 다른 장점은 빠른 두뇌회전과 대담성이다. “시합 때 링에 올라 상대 선수 얼굴을 보면 전혀 떨리지 않아요. 오히려 담담해 지고 자신감까지 생기더라구요.” 손초롱은 오는 4월 타이틀 획득 후 첫 시험대에 오른다. 일본의 사토코 가미무라를 상대로 한 지명 방어전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할거예요. 자신 있으니깐요.” 당당한 그이 모습에서 우리 10대들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뿌듯했다.

박희정 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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