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대한민국에 황실이 여전히 존재한다면 어떨까? 모르긴 몰라도 많은 여성들이 드라마 속의 재벌2세 대신 진짜 황태자와 사랑을 나누는 꿈에 빠져들지 모른다.
11일부터 시작하는 MBC 수목 드라마 ‘궁’은 이런 기발한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만화가 박소희씨의 인기작을 드라마로 만든 ‘궁’은 1945년 황실 복원 운동이 일어나 성조(최불암)가 즉위한 뒤 61년이 흐른 가상 한국의 모습을 그린다.
지성과 외모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지만 황실 생활에 염증을 느끼며 세상의 모든 가치에 회의를 느끼는 황태자 이신(주지훈), 선대의 약속 때문에 영문도 모른 채 황태자비로 간택되는 여고생 채경(윤은혜)이 그 주인공이다.
황태자의 사촌으로 신에 이어 황위 계승 서열 2위로 채경을 놓고 신과 갈등을 빚게 되는 의성군 율(김정훈), 신의 누나인 혜명공주(이윤지), 신의 원래 여자 친구인 효린(송지효)이 여기에 가세한다. 율의 어머니로 남편의 황위 포기로 황후의 꿈을 접어야 했지만 아들을 통해 그 야망을 이루고자 하는 혜정궁(심혜진)과 황태자비 채경에게 ‘먼저 드셤’ 같은 채팅 용어를 배우는 귀여운 황태후(김혜자)도 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 죽일 놈의 사랑’을 만든 외주 제작사 에이트픽스의 신작인 ‘궁’은 2005년 상반기 MBC가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내놓은 야심작이다. 4일 22.8%(TNS미디어 코리아)를 기록한 SBS TV ‘마이 걸’, 15.7%의 KBS 2TV ‘황금 사과’ 등과 각축을 벌이고 있는 수목 시간대에 투입된 ‘궁’이 얼만큼 시청자들의 눈길을 붙잡을 수 있을 지가 향후 관심사로 떠오른 건 당연.
드라마뿐만 아니라 영화와 연극 등 장르를 넘나 들며 연출력을 선보여온 황인뢰 감독이 드라마 ‘연애의 기초’(1995) 이후 11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라는 점, ‘대장금’으로 높아는 한국 전통 문화에 대한 관심을 현대를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한류’ 콘텐츠라는 점 등은 ‘궁’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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