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댄스 그룹 슈퍼주니어의 중국인 멤버 '한경'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댄스 그룹 슈퍼주니어의 중국인 멤버 '한경'

입력
2006.01.11 13:06
0 0

댄스 그룹 ‘H.O.T’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던 흑룡강성 출신의 한 중국 청년이 2001년 SM엔터테인먼트가 베이징에서 개최한 ‘H.O.T 차이나’ 오디션에 참가했다.

경쟁률은 3,000:1. 중국민족대학교에서 전통 무용과 발레를 전공하던 청년은 춤과 노래, 연기, 카메라 테스트까지 모든 부분에서 경쟁자들을 누르고 대회에서 뽑혔다. 그 뒤 한국으로 건너와 2년간 연예인이 되기 위한 수업을 받은 그는 2005년 11월 6일 마침내 한국 소녀 팬들의 환호성 속에 SBS ‘생방송 인기 가요’ 무대에 섰다.

12인조 남성 댄스 그룹 ‘슈퍼 주니어’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중국인 가수 한경(22)의 이야기다. “무대에서 내려 온 뒤 즉석에서 팬 미팅을 가졌는데 긴장해서 한국말 다 까먹었어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많이 사랑해 주세요’란 한 마디가 생각이 안 났어요.” 한경은 능숙한 한국말로 “꿈 꾸는 거 같았다”고 했다.

“지난해 11월에 ‘슈퍼 주니어’ 앨범 나오고 나서 중국 집에 다녀왔어요. 부모님은 첨에 제가 한국까지 가서 연예인 되는 거에 반대했어요. 하지만 제가 출연한 뮤직 비디오 보시더니 우셨어요.” 한국에 건너오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56개 중국 소수 민족의 춤을 모두 출 줄 아는, 전교에서 손꼽히는 무용수였다. “자진모리랑 중모리 장단을 알아요. 장구도 배웠어요. 한국 춤도 배웠는데 이름은 까먹었네요.”

그러나 한국에 온 뒤 그는 전통 무용 대신 한국의 힙합 댄스를 배워야 했다. “솔직히 다 힘들었어요. 힙합 댄스도 어렵고 노래랑 연기 연습도 힘들고 한국말은 더 어려웠고.” 그럼에도 나름의 소명 의식은 그를 끊임없이 일으켜 세웠다. “중국 사람의 70~80%는 한국 문화를 좋아해요.

하지만 나이 든 분들은 조금 싫어하는 거 있어요. 한국 드라마와 음악, 영화만 너무 인기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이런 상황에서 제가 한국과 중국을 잇는 다리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부담감이 많아요. 제가 잘 못하면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으니까요.”

중국이 일방적인 한국 대중 문화의 수입을 서서히 ‘문화 침공’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시점에서 그의 출현은 SM엔터테인먼트가 ‘보아’와 ‘동방신기’에 이어 키우고 있는 ‘슈퍼주니어’의 멤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를 통해 중국인들이 한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문화 교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 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슈퍼주니어’ 멤버 중에 최시원이라고 있어요. 제가 배우 중에 제일 존경하는 류더웨이(劉德華) 선배님이랑 영화 ‘묵공’에 같이 촬영하고 있어요. 근데 어쩔 때 시원이는 막 중국말로 이야기 하고 저는 또 한국말로 이야기 해요. 그럼 주위 사람들이 웃어요.”

실제로 한경은 데뷔 전부터 대만과 중국 언론사로부터 인터뷰 공세에 시달렸다. 중국에서 팬 카페가 결성돼 활발히 활동 중이기도 하다. “중국 팬들이 저보고 TV에 나와서 좀더 한국말도 많이 하고 노래도 많이 부르라고 주문하고 있어요. 아마도 제가 자랑스러운 거 같아요.”

한경의 꿈은 아시아 슈퍼 스타가 돼, 가수로 배우로 CF 모델로 종횡 무진하는 것.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보아’ 선배님이랑 ‘동방신기’ 친구들이랑 한 무대에 같이 서서 공연 했으면 좋겠어요.” 드라마 ‘풀하우스’와 ‘파리의 연인’에 푹 빠져 있고 H.O.T 출신 가수 강타에 여전히 환호하며 “고추 가루 들어간 한국 음식을 좋아해서, 중국집은 이제까지 두 번 밖에 안 갔다”는 한경. 과연 ‘한류’라는 나르시즘으로 들뜬 한국 사회는 중국인 가수 한경을 어떤 모습으로 받아 들이게 될까?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