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킥을 차야 할 상황. 두 아이가 서로 공을 차겠다며 옥신각신 한다. 결과는? 두 아이 모두 찬다. KBS2 ‘해피 선데이’의 ‘FC 슛돌이’의 어린 축구 선수들은 룰이나 작전을 신경 쓰지 않는다. 후보 선수가 자기도 하겠다며 경기장에 뛰어들고, 공만 보면 수비는 하지 않고 전부 달려들기 일쑤다.
경기장 바깥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정신 없이 뛰어 다니며 장난을 친다. 그래도 감독인 가수 김종국은 그저 허허 웃는다. 필요할 때는 아이들을 제지하지만 거의 그대로 놔둔다. 버릇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강요 받지 않는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팀’의 의미를 익히고, 놀기와 훈련을 반복하면서 축구를 즐기며, 그 과정을 통해 어느새 팀 플레이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떤 아이는 더 욕심을 부릴 수도 있고, 반대로 더 양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걸 굳이 억지로 바꿔야 할까. 그 과정에서 ‘꼬마 얼짱’ 승준이, ‘카리스마’ 태훈이처럼 자신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개성 있는 개인이 될 수 있다면, 사회의 ‘룰’은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FC 슛돌이’는 축구를 ‘가르치지’ 않고 그저 ‘하게’ 만들면서 그들만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성장의 과정을 재미있게 담아낸다. 훗날 아이들에게 이 프로그램은 ‘촬영’이 아닌 어린시절 ‘축구놀이’의 한 부분으로 남지 않을까.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천사들의 합창’은 바로 그 부분이 아쉽다.
11남매를 돌보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전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이 프로그램은 11남매의 삶을 ‘방송용’으로 만든다. 신동엽과 노홍철 외에도 계속 연예인들이 그들의 집에 오고, 때론 평면 TV같은 큰 선물을 주기도 한다. 그만큼 시끌벅적하고 재미있지만 이는 아이들의 일상이라기보다는 이벤트에 가깝다.
특히 생업에 바쁜 부모 대신 어린 동생들을 돌보느라 엄격해진 첫째 경한과 다른 아이들의 갈등을 부각시켜 보여주는 대목이 그렇다. 장난스럽게 묘사되기는 하지만, 아직 10대인 경한이 어린 동생들이 크리스마스 때 캐롤을 개사해 그가 보기 싫다는 내용의 노래를 부르고, 한 아이가 “나 죽이려고 환장했어요”라고 말하는 걸 TV로 보고 싶을까.
물론 아이들은 보호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보호는 그들을 위한 것이어야지, 어른들이 보기 좋은 아이들로만 만드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FC 슛돌이’에서 김종국이 아이들의 ‘감독님’이 된 건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쳐서가 아니다. 그는 그저 아이들과 함께 놀고, 함께 이야기하며, 아이들의 바비큐 파티를 위해 장작을 직접 준비하는 마음 씀씀이를 보여줬을 뿐이다. 그렇게 ‘함께 하는’ 관심과 애정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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