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40대 의원들이 심상치 않다. 과거 이들은 소장파로 불리며 당의 흐름에 신선한 견제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이들이 움직이면 당이 들썩거릴 정도다.
40대 재선그룹 중 주요인사는 ‘40대 기수론’을 내세우며 2ㆍ18 전당대회 출마를 결심했고, 상당수는 1ㆍ2 개각 파문의 책임자 해명과 대통령 면담까지 요구했다. 당내 양대 계파인 정동영, 김근태계 내에서도 40대 초ㆍ재선 의원들의 역할이 막중해지고 있다. 그 동안 숨죽이며 지내온 40대 의원들이 정치무대 전면에 나서는 형국이다.
우선 40대 재선그룹의 당권 도전이 주목을 끈다. 40대 기수론의 선봉에 선 김부겸 김영춘 의원은 이미 전대 출마의사를 밝혔다. 두 사람 모두 2003년 한나라당을 탈당, 우리당 창당에 합류한 인사들이다. 전대협 의장 출신으로 386세대인 임종석, 민변 출신인 이종걸 의원 등도 당권 도전에 나설 예정이다. 40대 재선에서만 당권 도전자가 무려 4명이나 된다.
이들은 개별적 출마에만 그치지 않고 예선을 통과할 경우 본선에서 힘을 모아준다는 계획도 세웠다. 지난해 말부터 매주 정례모임을 가지면서 이 같은 공감대를 이뤘다. 독자세력화를 점점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힘을 모으는 논리는 우리당의 위기의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대로 가면 망한다는 것이다. 정동영, 김근태 두 대선주자에만 의존하지 말고 젊은 세력의 확장을 통해 우리당의 생동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종걸 의원은 “정말 심각한 상황에서 젊은 세대가 새로운 원동력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젠 여당의 젊은 리더십이 기성 정치인들의 리더십과는 다른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들이 개인적인 야심에서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측면도 없지 않지만 자신의 목소리, 자기 색깔을 분명히 하겠다는 흐름은 뚜렷해지고 있다.
초선 40대들도 달라졌다. 각종 현안에 별 목소리를 내지 않던 이들이 1ㆍ2 개각 파동에 대해 집단적으로 반발한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재선그룹과 함께 이를 주도한 최재천 문병호 의원은 40대 초선이다. 최재천 의원은 “어떤 조직이든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하다”며 “큰 선거를 앞두고 위기감이 만연한 상황에서 40대가 새로운 아젠다를 제시, 국민과 함께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 양대 계파에서도 40대 역할이 갈수록 묵직해지고 있다. 정동영계에서 전략기획을 맡은 핵심은 민병두 김현미 의원 등 40대이며, 김근태계에서도 이인영 우원식 의원 등이 핵심 브레인이다. 그만큼 40대 의원들의 위상과 힘이 전체적으로 커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행보에도 한계와 우려가 분명히 있다. 우선 당내 기반과 조직력이 약해 전당대회에서 역부족일 것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4ㆍ2 전당대회에서 송영길 의원이 40대 대표주자로 나왔지만 8명중 6위에 그친 것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또 독자세력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이념적 지향점이 달라 통합적인 힘을 발휘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지적된다. 일각에서는 “정치가 나이로 하느냐” “이념과 목표에 따라 움직여야지, 40대끼리 뭉친다는 식은 또 다른 구태정치”라는 혹평도 있다. 특히 내실을 다지기도 전에 당권에 도전하고 집단행동을 하는데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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