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수학의 사고 방식이 닮았다고 하는 말은 우리 음악인들에게 수학 문제를 내지 말아달라고 미리 엄포하는 것이다. 예술가의 수학 점수는 대부분 끔찍하니까. 그런데 하필이면 음악가를 그렇게도 많이 배출한 오스트리아에서, 쇤베르크 선생님이 은행원 출신답게 머리 아픈 12음 작곡 기법을 발명하자 음악인들은 고통받기 시작했다.
곧바로 이 기법은 펴져나갔고, 베베른이나 베르크 같은 제자와 함께 대유행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것이 20세기 초의 오스트리아 모습이다. 내가 얘기하고 싶은 건 이런 주류가 아니다. 이런 문화에서 완전히 동떨어진 이단아가 있었으니 바로 코른골드(1897~1957)다.
이 세상에 알아야 할 작곡가가 태산 같은데, 이건 또 누구냐고? 미안하지만 그 태산의 대청봉쯤에 있어야 할 중요한 사람이다. 하이페츠가 연주한 부르흐 바이올린협주곡 음반에는 코른골드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함께 들어 있다.
카라얀도 코른골드의 교향곡 음반을 냈다. 그의 오페라는 히트친 아리아도 있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그의 오페라 ‘죽음의 도시’는 푸치니 냄새가 물씬 풍기면서도 그만의 현대적인 감각으로 잘 구워삶아져 있다.
그 중 ‘마리에타의 노래’는 여타 여주인공들을 질투라도 하듯 아름답다. 세익스피어를 좋아해 ‘헛소동’이나 다른 작품을 소재로 한 소품들을 많이 남겼다.
특히 그의 실내악들은 매우 탁월하다. 현악사중주는 3개가 있는데, 모두 후기 낭만 스타일을 훌쩍 뛰어넘은 감각적이며 기교적인 작품들이다. 특히 그가 남긴 현악6중주는 다시는 못 볼 것 같았던 드보르자크나 브람스, 차이코프스키 6중주들의 연장선을 그어 버렸다.
그가 12음기법이라는 주류의 영향 밖에 있을 수 있었던 주된 요인은 유대인이었던 그가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음악을 듣다 보면 영화음악 같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실제로 그는 영화음악 작곡가였다. 덕분에 할리우드 영화사 초기의 작품들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영화음악 같다는 말은 곧 영화음악이 코른골드풍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을 정도이니까.
그러나 그의 음악을 비극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일찌기 구스타프 말러가 신동으로 인정할 정도의 작곡 실력을 가진 그가, 외도를 하여 작곡사의 흐름 밖에서 활동했다고 안타까워 하는 문헌들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과연 이게 비극일까?
쇤베르크 못지않게 독창적인 음악을 남겼고, 실내악에선 그 시대의 공백들을 그가 채웠는데 말이다. 그는 집중적인 조명을 받을 만한 작곡가다. 일본에서 유행하던 말러 신드롬이 몇 년 후 우리나라에서 뒤늦게 시작된 것을 기억하는가? 이번엔 코른골드 신드롬이 한국에서 먼저 시작되면 어떨까.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 리더 조윤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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