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일본 총리 자리에 가장 가까이 있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普三ㆍ51) 관방장관. 그 동안 바싹 몸을 낮춰 왔던 그가 최근 ‘포스트 고이즈미’도전 선언을 한 후 연일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대해서는 더욱 강경론을 늘어 놓아 많은 사람들을 걱정스럽게 만들고 있다.
그는 7일 자신이 총리가 되더라고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계속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몰자에 대한 명복을 비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하나의 문제로 모든 과제에 대한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안 된다”는 등 평소 ‘고이즈미 말씀’도 그대로 반복했다.
8일에는 한 발 더 나가 야스쿠니 참배 강행에 반발하는 한국과 중국의 외교가 “잘못됐다”고 단언했다. 일본 내의 야스쿠니 참배 비판론자에 대해서는 “단순한 오해를 온 세계를 향해 떠드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이 시점에서 아베 장관은 자신의 주장이 얼마나 심각한 모순을 내포하고 있는 지를 알아야 한다. ‘A급 전범’을 합사하고, 침략전쟁을 정당화하고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면서도 “전몰자에 대한 추도”라고 강변하는 것은 정말로 어이가 없는 일이다.
또한 ‘A급 전범’에 대해 그토록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일본의 침략전쟁에 대한 책임자를 모호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차원이 다른 문제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야스쿠니의 논리대로 하자면 일본의 전쟁 책임은 결국 천황이 져야 하는데 일본 사회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하다.
아베 장관은 총리가 되기 앞서 인류 보편의 상식을 되찾는 것이 바람직 한 것 같다. 그렇지 않을 경우 가장 큰 피해는 일본이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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