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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부 칼럼] 여성 부자만들기 첫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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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부 칼럼] 여성 부자만들기 첫해

입력
2006.01.10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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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되세요!’라는 맹랑한 광고 문구가 새해 유행어처럼 된 적이 있다. 무람없어 보이는 이 말은 인간 심층에 숨겨진 욕망을 건드리는 묘미도 있어서, 미소와 함께 삽시간에 널리 번졌다. 욕망 드러내기가 더 이상 허물이 아닌 이 시대에, 부자에의 꿈은 한낱 새해 덕담이나 농담이 아니라 진지한 탐색이 되었다.

지난해 가을 ‘여성신문’은 여론조사, 좌담회 등을 펼치면서 ‘대한민국 여성 부자 만들기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 새해가 되었다. 여성 부자 만들기의 원년이 밝은 것이다.

여성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20∼50대 여성은 20억원 이상이 있어야 ‘부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부자 되는 첫번째 방법으로 저축을 꼽았으나, 많은 여성은 자신이 평생 벌 수 있는 돈은 5억∼1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여성 부자가 더 많은 영국

영국은 2004년 남성부자보다 여성부자가 많은 최초의 국가가 됐다. 현금과 예금 4억원 이상 가진 ‘부자’ 중, 여성이 52%로 집계됐다. 여성부자는 근년 들어 급격히 늘었다. 영국기업의 26%가 여성 소유이며, 성 차별이 적은 법조ㆍ금융 등에서 고액연봉을 받는 여성이 늘어났다. 여성은 주식투자에서 남성보다 신중하고 덜 충동적인 점에서도 유리하고, 남성보다 긴 평균수명도 여성을 돕고 있다. 여성부자의 반 이상이 65세 이상이다.

미국의 경우 일부 상류층을 제외하고는 대개 맞벌이를 한다. 위스콘신대의 한 조사에 따르면 맞벌이 가정의 43%가 아내가 남편보다 잘 번다. 앞으로 부부 재산이 구분되고 양성평등이 이뤄진 국가에서, 여성부자가 남성부자보다 많아지는 것은 시간 문제일 수 있다. 그런데 여성이 남성보다 더 부자가 되면 그 부부는 행복할까? 미국 신문의 유명한 상담코너 ‘디어 애비’의 편지들은 이런 우문에도 친절하다.

<물론 100% 가능하지요. 저는 결혼할 때 수입이 저의 절반도 되지 않던 사랑하는 남편으로 인해 10배 이상 축복을 받았습니다. 8년이 지난 지금 남편은 집에서 살림을 하고, 생계는 제가 책임지고 있지요…< p>

앞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여성들은 자신이 어느 정도 경제지식을 갖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남성에게 경제권이 집중돼 있고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 때문에, 남성보다 큰 부자가 드물다고 여기고 있다.

경제활동을 하는 여성이 부딪치는 커다란 장애물은 육아를 자신이 거의 책임지고 있는 현실이다. 맞벌이를 하는 젊은 여성은 육아의 어려움 때문에 늘 가슴이 탄다. 부모나 보육시설로부터 도움의 손길도 멀게 느껴진다.

우리와 비슷하게 일찍부터 여성 근로조건 향상과 저출산이라는 고민을 해온 일본은 1995년부터 ‘엔젤 플랜’이라는 육아지원제도를 운영해 왔고, 2000년부터는 ‘신 엔젤 플랜’으로 강화했다.

보육소와 유치원을 겸하는 종합시설에서는 아이가 감기에 걸렸을 때도 부모가 출근할 수 있도록 간호사가 상근하고 의사가 회진을 한다. 밤늦게까지 일하는 여성의 아이도 이 곳의 도움을 받지만, 올 봄부터는 도쿄 시내에 24시간 운영되는 민간 보육시설도 문을 연다.

●육아지원제도 확대해야

우리의 ‘어린이집’도 오전 7시 반부터 아이를 맡지만 일본과 비교하면 아직 미진한 부분이 많다. 질과 양에서 육아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 여성이 출퇴근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자상하게 돌봐줄 제도의 확대가 필요하다. 시설과 제도가 확대되면 아이를 맡긴 맞벌이 부부의 근로의욕을 높이고, 그 기관에서 일할 여성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줄 것이다.

예전에 영국에는 여성운동의 선각자가 많았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여성운동은 필연적으로 여성부자의 수를 증가시킨다. 여성 스스로 목소리를 높여 국가나 사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육아문제에 나서게 해야 한다. 육아지원이 여성 부자 만들기의 전제 조건이며, 저출산 문제 해결의 관건이 될 것이다.

박래부 수석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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