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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사학,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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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사학, 만만세?

입력
2006.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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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씨가 된다”고 했던가? 3일자 이 칼럼에서 “새해가 두렵다”는 우려를 표명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연초부터 정치권이 요동을 치고 있다. 그리고 요동의 근원은 예상했던 대로 노무현 대통령이다. 연초로 예상됐던 개각과 관련해 상식 이하의 엉뚱한 인사로 여당의 대 분란을 자초한 것이다.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노 대통령이 정세균 당의장을 산업자원부 장관에 임명한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집권 여당의 대표를, 그것도 잇단 재보궐 선거의 참패로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하기 위해 뽑힌 구원투수를, 특별하게 급할 이유도 없는데 2월 임시전당대회까지를 기다리지 못해 이번 개각에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징발했다는 것이 도저히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노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노림수가 있다는 음모론이 나돌았겠는가.

아니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이 같은 상식 이하의 인사를 제의한 노 대통령은 원래 그런 사람이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를 덥석 수용한 정 의장이다.

●상식 이하의 이번 개각

정 의장이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산업자원부 장관을 하고 싶지만 지금은 당의장을 맡고 있으니 2월 임시 전당대회로 인사를 미루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노 대통령에게 이야기해 인사를 2월 이후로 미뤄야 하는 것 아닌가.

이처럼 상식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사람들이 한 나라와 집권 여당을 지휘해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찔하기만 하다. 그리고 이 나라가 그동안 큰 사고 없이 지금까지 흘러온 것이 다행스럽기만 하다.

동시에 주목할 것은 노 대통령이 또 다른 논쟁거리였던 유시민 의원의 입각에 대해 일단 유 의원의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을 유보하고 당의 의견을 듣기 위해 당 지도부와 만찬을 하기로 했다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유 의원의 입각을 강행한 것이다. 물론 이는 노 대통령이 얼마나 오만한가를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이다.

아예 처음부터 유 의원 입각을 강행하든가, 일부러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약을 올려 탈당 등 사고를 치게 유도하려는 것이 아닌 바에는, 당의 의견을 듣겠다고 만찬을 준비해 놓고 갑자기 태도를 돌변해 입각을 강행하는 것은 무슨 경우인가.

그러나 유 의원의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 강행은 동시에 산전수전 다 겪은 정치인이자 승부사로서의 노 대통령의 진면목을 잘 보여준다.

즉 만찬을 해 당의 의견을 들을 경우 그만큼 유 의원의 임명 강행이 어려워지는 반면 인사를 강행을 할 경우 반대가 들끓고 일시적으로 욕을 먹겠지만 격동하는 한국정치의 속성상 얼마 되지 않아 새로운 이슈가 터져 나와 이 문제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잊히고 말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역시 노 대통령의 예상대로 곧 새로운 이슈가 터져 나왔다.

즉 사립학교법 개정과 관련해 사립학교들이 신입생 배정을 거부하고 나서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정부의 강경대응에 결국 금방 철회하기는 했지만 신입생 배정 거부 사태가 발생하자 이 문제에 묻혀 유 의원 보건복지부장관 임명 강행 문제는 여론의 관심에서 사실상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이번 인사에 불만을 품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불만 세력들도 사태가 이처럼 번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적전 분열하여 노 대통령과 싸우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점에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노 대통령과 전선을 통일해 사립학교의 수구적 저항에 대항해 싸우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사학 덕분에 가려져

다시 말해 사립학교들은 신입생 배정거부를 통해 자신들의 의도와 달리 노무현 정부, 특히 노 대통령과 유 의원을 위기로부터 구해주고 말았다. 구세주는 엉뚱한 곳에서 오는 법이다. 노 대통령과 유 의원의 입장에서 볼 때는 “사학, 만만세”라고 만세라도 불러주고 싶은 고맙기 짝이 없는 사학들이다.

“사학, 만만세”다.

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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