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 년을 맞은 것이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그 뒤로도 새 해를 벌써 여섯 번째 맞았다. 개인은 개인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연간 새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의 달성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할 것이다. 사회에도 꿈이 있다.
강한 사람은 어떤 사람을 말하는가? ‘강하다(strong)’는 것은 타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힘(powerful)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자신에게 엄격함을 의미한다. 굳은 의지로 스스로 다짐한 꿈을 실현시켜 나가는 사람이 강한 사람일 것이다. 강한 사람은 반성을 철저히 하여 같은 잘못을 두 번 되풀이하지 않는다.
한국은 6년 전 새 천 년을 맞이하면서 ‘세계 일류의 한국’을 국가비전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일본처럼 기업과 국가는 부유한데 국민들 생활의 질은 떨어지는 나라가 아니라, 미국, 스위스 등이 부럽지 않을 만큼 국민이 높은 수준의 자유와 인권, 삶의 질을 영위하고 경제적, 지적, 문화적 경쟁력을 보유하는 나라로 발전시킨다는 비전이었다. 우리는 과연 지난 6년간 질적으로 얼마나 강해졌는가?
문화, 과학기술, 정치 등에 다소의 발전이 있었고, 경제에도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1인당 소득 2만 달러 시대가 눈앞에 다가오고, 무역은 계속 흑자를 유지하며, 물가안정도 어느 정도 이루었다. 지난해는 주가 급등, 원화 강세 등을 예로 들며 ‘한국의 해(the Year of Korea)’라고 감탄한 국제금융회사의 높은 평가도 받았다. 이에 만족할 것인가? 작은 성취에 자만한다면 우리는 결코 강한 일류국가가 되지 못할 것이다.
첫째, 1년의 꿈부터 5년의 꿈, 한 세대 25년의 꿈까지 많은 사람이 공유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미 개방된 다원사회가 되었으므로 과거보다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2002년 월드컵 응원시 나타났던 국민의 높은 잠재력을 일류국가 달성의 원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되도록 많은 사람이 꿈을 공유하는 것이 좋다.
8세기 전에 이미 칭기즈칸은 “한 사람이 꾸는 꿈은 꿈에 불과하지만, 만인이 꿈꾸면 현실이 된다”고 갈파하지 않았던가? 개인은 약해서 꿈을 이루는 경우가 드물어도, 조직이나 사회에서 공유된 꿈은 실현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은 지식정보사회에서 꿈의 공유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강한 사람이 스스로에게 엄격하듯이 한국사회는 스스로에게 엄격하고(秋霜), 외국에는 개방적이고 다른 집단에는 관대(春風)하여야 할 것이다. 춘풍추상(春風秋霜)의 자세로 사는 사람, 기업이 늘어나고, 그런 정치인과 행정관료가 많아진다면 일류국가로의 소요시간이 훨씬 단축될 것이다. 재벌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도 완화되고, 지역간 이해단체간 갈등도 쉽게 해소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정신문화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솔선수범하고, 교육계, 종교계가 힘을 보태야 한다. 강한 사람은 스스로를 속이지 않고(毋自斯), 하루에 세 번씩 반성하듯이, 기업은 분식회계를 하지 말고 투명경영을 하며, 정부도 주권자인 국민의 말을 경청하고 자주 반성하여야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일류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가 창의성 있는 인재로 넘쳐 나고, 조직체는 구성원의 창의성을 살리는 조직이어야 한다. 아무리 노력을 많이 해도 창의성이 없으면 다른 나라보다 앞설 수가 없다. 기업은 외부 인재 수혈을 부지런히 하고 그들이 안착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배양하여야 한다. 정부는 더욱 그렇다. 수직적 칸막이 문화는 창의성을 죽인다.
아일랜드나 핀란드와 같은 나라가 일류국가가 된 것을 볼 때, 조상으로부터 높은 문화와 창조적 두뇌를 물려받은 대한민국도 외환 위기와 신용카드 위기 같은 잘못만 되풀이하지 않는다면 틀림없이 우리 스스로 행복하게 느끼고 많은 나라가 인정하는 일류국가가 될 것이다.
김태동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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