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점선(60)ㆍ김중만(52) 2인 전은 이렇게 지난 해 7월 인사동에서 10분만에 기획돼 지난 달 31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갤러리 토포하우스에서 시작됐다.
“난 정말 아무 생각 없는 사람인 가봐. ‘응’, ‘응’, ‘빨간 말’ 이 세 마디하고 전시회를 열잖아.” 김점선은 껄껄거리며 웃는다. 그는 ‘진짜 다른 인간 둘’이 하는 전시라고 했다.
“김중만은 많이 돌아 다니고, 멈춰있는 것을 아주 싫어해. 성격도 자상하고. 그런데 난 돌아 다니는 건 정말 싫어하고 성격도 무심하거든. 지금도 그 친구는 중국에 사진 찍으러 갔어.”
사진과 그림만 쭉 걸어놓은 전시는 재미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짜낸 아이디어가 김중만 사진 위에 그가 그림을 그리는 방식. 전시 시작 날부터 한달간 전시장을 작업실 삼아 현장에서 그리는 것이다.
전시장 김중만의 돌 사진 위에는 그렇게 빨갛고 노란색의 말이 거칠게 그려져 있다.
“흥미진진해. 남의 작업 위에 그림 그리기는 처음이거든. 한참 덧칠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너무 심하게 그의 사진을 지울 때가 있어. 그럼 내가 너무 지배하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에 움찔해져 멈추지. 남들이 봐도 내가 너무 그를 깔아뭉갠다고 생각할 것 아냐.”
몇 마디 후 그는 어김없이 시원스럽게 웃는다. 솔직했다.
김점선은 요즘 매일 오후2시 갤러리에 출근해 오후 7시까지 3개의 전시장을 돌며 그림을 그린다. 그래서 전시장 작품은 계속 변한다.
전시장에는 김중만의 경주마 사진과, 그의 사진이 인쇄된 캔버스 위에 칠해지는 김점순의 그림이 뒤섞여있다. 관람객과 함께 만드는 그림도 있다.
“화가 30년을 했지만 아직도 붓을 놓는 마지막 순간, 다른 욕구가 생기더라고. 이렇게, 아니면 저렇게 바꿔볼까 하는 아쉬움 있잖아. 그러다가도 망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그 새로운 욕구를 포기해버려. 그래서 이번엔 머리를 썼어.”
그는 빨간 말 그림을 사진으로 찍어 100장을 캔버스에 복사했다. ‘망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 없이 새로 생기는 욕구를 맘껏 발산하기 위해서다.
그 중 39개를 이 전시장에 가지고 왔다. 거기에 각종 욕구를 그리는 중이다.
“관람객들이 칠한 부분이 훨씬 다이나믹해. 내 그림이 외계인한테 침공 당한 건데 멋있어. 그것들 중 아주 별로인 부분은 없애 버리는 중인데 내가 너무 옹졸한가? 그런거지?”
마음에 안 들었던 부분들을 지우는 내내 그는 자신이 아주 옹졸한 것 같다고 비난했다.
전시가 끝나는 30일, 김점순씨의 완성된 100호짜리 작품 10점을 볼 수 있다. 지금은 형체도 알아보기 힘든 빨간 말들이 어떻게 정리돼 있을지 궁금하다.
(02)734-7555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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