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부패 로비 사건으로 미 정가를 뒤흔들고 있는 ‘아브라모프 스캔들’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인 공화당의 거물 톰 딜레이(텍사스) 하원의원을 좌초시켰다.
선거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뒤에도 미 공화당 하원 대표 복귀에 강한 집착을 보였던 딜레이 의원은 7일 들끓는 당 안팎의 압력에 마침내 무릎을 꿇었다.
딜레이 의원은 이날 공화당 소속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새로운 하원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는 요구를 지지한다”면서 11월 중간선거에서 “다수당을 유지하려는 공화당의 노력에 장애가 되지 않기 위해 물러선다”고 대표 복귀 포기 의사를 밝혔다.
딜레이 의원은 지난해 가을 선거자금법 위반 및 돈세탁 등 혐의로 기소된 뒤 공화당 원내 규정에 따라 대표직에서 잠정적으로 물러났으나 대표에 다시 복귀하겠다고 공언해 왔었다.
딜레이 의원이 마지못해 대표 복귀 의사를 접은 것은 정치적 후원자였던 로비스트 잭 아브라모프가 최근 유죄를 인정한 이후 자신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과 불신이 폭발 직전 상황으로까지 치달았기 때문이다.
딜레이 의원은 아브라모프로부터 정치자금으로 최소한 5만7,000달러를 받은 것 외에 아브라모프와 함께 스코틀랜드 등으로 호화 골프여행을 다니는 등 각종 향응을 제공받아 왔다.
딜레이 의원측은 아브라모프로부터 받은 돈을 돌려주겠다고 밝혔으나 이런 조치만으로 공화당내 비판세력의 조직적 움직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급기야 제프 플레이크(애리조나) 의원 등이 6일 딜레이 의원의 대표 복귀를 막기 위해 새로운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는 탄원서를 돌리기 시작했다.
하루 만에 이 ‘연판장’에 서명한 의원이 25명을 넘어서자 딜레이 의원은 버티기를 포기했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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