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생명을 건지게 됐지만 골수 채취를 위해 18개월 막내를 함께 수술실로 들여보낼 걸 생각하면….”
육군 6포병여단 최종만(33)상사는 백혈병에 걸린 맏딸 지애(7)의 골수이식 수술 날짜를 잡아놓고 착잡한 심경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겨우 ‘엄마, 아빠’라는 단어만 웅얼거리는 18개월 된 막내 운상이가 골수 기증자로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대에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지애가 만성 백혈병 판정을 받은 것은 지난해 6월. 병원에서는 약물 치료는 더 이상 효과가 없다며 최후 수단으로 골수이식을 권했다. 이식수술을 위한 엄청난 수술비도 문제였지만 지애에게 딱 맞는 골수 기증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최 상사 가족뿐 아니라 부대원들, 친척들까지 나서 골수검사를 한 결과 지애에게 골수를 줄 수는 있는 사람은 운상이가 유일했다. 최 상사는 운상이가 전신마취를 하는 골수 채취 수술을 받고 후유증이라도 생기게 될까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병원측이 “필요한 만큼의 골수 채취를 위해서는 기증자의 몸무게가 10㎏이 넘어야 하는데 운상이는 현재 12㎏ 정도로 문제없을 것 같다”고 설득했고, 최 상사는 어렵게 결단을 내렸다.
지애는 이 달 27일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지애는 수술 이후에도 완쾌까지 5년 정도는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한다.
빠듯한 살림 탓에 수술비 마련에 애를 먹고 있는 최 상사의 처지를 딱하게 여긴 부대원들은 십시일반, 1,100여 만원의 치료비를 모았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도 격려 서신과 함께 성금을 보탰다.
최 상사는 “지금까지 도와주신 많은 분들에게 정말 고맙고,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주어진 직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정곤 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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