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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론] 세자릿수 환율 시대의 한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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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론] 세자릿수 환율 시대의 한국 경제

입력
2006.01.0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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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환율이 불안하다. 지난해 12월 중순경 달러당 1,030원대로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던 환율이 금년 들면서 가파르게 하락하여 급기야 1,000원대가 무너졌다. 환율 하락을 어느 정도 예상했으나 수준은 물론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에서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다.

원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경쟁국 통화가 그다지 강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가 크다. 원화 환율은 지난해 평균 10.6% 떨어진 데 반해 같은 기간 엔_달러 환율은 오히려 2.0% 상승했고 금년 들어서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지난해 원_엔 환율은 100엔당 평균 930원으로 12.1% 하락한 데 이어 금년 1월에도 860원 내외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 수출상품 구조가 고도화되어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 등 소위 5대 주력 수출 품목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5년 현재 42%나 된다. 이들 품목은 가격경쟁력보다는 주로 품질이나 브랜드 경쟁력에 주력하고 있어 환율 변동에 따른 민감도가 예전처럼 크지 않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최근 무역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의 평균 손익분기점 환율은 1,025원으로 나타나 현 환율 수준에서 대기업조차 수출이 녹녹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세계 전자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의 경우에도 환율이 100원 하락하면 연간 순이익이 2조원 감소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환율 하락이 수출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가를 실감할 수 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상위 50대 수출 품목 중 일본과의 중복 품목 비중이 46%나 돼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 수출 품목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저환율 기조 속에 중소기업의 수출은 한계상황에 직면해 있다. 현재의 환율 수준에서 중소기업 대부분이 적자 수출을 하고 있고, 추가 하락시에는 수출 물량 축소가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중소 수출기업은 5.8% 증가에 그친 것은 이를 여실히 입증해준다.

금년도 우리 경제는 소비와 투자를 중심으로 내수가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속도가 완만하고 큰 폭의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우리 경제의 성장 모멘텀은 여전히 수출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며 국민소득 2만 달러 조기 달성도 수출 중심 전략을 통해서 가능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내외 여건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안정적인 거시경제 환경 조성과 함께 환율 불안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정부는 우선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안정적인 환율 정책을 운용해 나가야 한다. 최근 환율 불안은 역외 시장을 중심으로 투기적 세력에 의해 초래된 부분이 없지 않은 만큼 환율 동향 점검을 강화하고 환투기나 과도한 불안심리가 재발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들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2단계 외환 자유화의 원년을 맞아 해외 투자에 대한 지속적인 규제 완화를 통해 외환 수급의 균형 기조 정착을 도모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기업들도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에 한계가 있는 만큼 원화 강세를 대세로 받아들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각적인 생존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이제 환율과 관련한 기업 경영에 있어 천수답이라는 낡은 사고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환 위험 관리와 결제통화 다변화 등을 추진하고 동시에 생산성 향상과 틈새시장 개척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수지 적자가 조기에 시정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원화 절상은 피할 수 없는 추세인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고유가 시대에 정부나 기업이 전략을 새롭게 짜듯이 모든 경제주체들은 저환율 시대의 경제 패러다임을 다시 바꿔나가야 한다.

현오석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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