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도산으로 치닫는 위험에 처해있다. 마치 타이타닉호가 최고 속력으로 빙산을 향해 질주하듯. 더욱 심각한 것은 이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모두들 현실을 부정하고 있다.”
인텔의 전 회장 앤디 그로브가 보는 미국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미국 워싱턴 소재 경제전략연구소(ESI)의 설립자이자 소장인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도 “지금처럼 간다면 미국의 미래는 부정적”이라고 단언한다. 이들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의 앞날을 비관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유를 들자면 한 둘이 아니다. 소비와 부채가 늘고 제조, 서비스 부문의 역량이 해외로 흘러 나가고 있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무역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미래 투자도 줄어서 1960, 70년대 국내 총생산(GDP)의 6% 수준이었던 물적 자본, 교육, 훈련, R&D 등에 대한 연방 정부의 지출은 3%가 채 안 된다. 게다가 수학, 과학 시험에서 미국 학생이 얻는 점수도 형편없다.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가 쓴 ‘부와 권력의 대이동’은 미국 경제의 위기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부와 권력, 즉 세계 경제의 중심이 중국 인도 등 아시아로 넘어갈 것으로 내다본 경제 전망서다.
책에서 저자가 특히 우려하는 것은 기축 통화인 달러의 붕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지낸 폴 볼커는 “5년 안에 달러 붕괴가 일어날 가능성이 75%나 된다”고 예측한 바 있다. 저자 역시 달러가 아직 붕괴하지 않은 유일한 이유를 달러 대체 통화의 부재에서 찾을 정도다. 유로화가 점점 인기를 끄는 것도 그런 점에서 눈여겨봐야 한다. 만약 달러가 붕괴하면 1930년대식 대공황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게 저자의 경고다.
이와 달리 중국과 인도는 급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사회주의를 포기한 옛 소련 국가까지 본격 가세하면서 세계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새롭게 활동하는 신경제인이 30억에 이른다.
저자가 지적하는 중국의 강점은 제조 부문에 대한 투자다. 중국 저축률은 GDP의 40% 이상으로 현재 세계 최고다. 막대한 외자가 들어왔지만, 자체 투자에 비하면 보잘 것 없다.
투자금은 거의 대부분 인프라 구축과 공장 건설에 투입됐고 엄청난 생산으로 이어졌다. 지난 10년간 세계 GDP 성장의 30% 이상을 중국이 담당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이 앞으로 10년은 7, 8%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았다. 이대로라면 2016년 일본을 앞지를 것이고 2040년에는 미국 규모에 도달할 수 있다.
인도의 약진도 중국 못지 않다. 지금의 인도는 총 GDP가 6,000억 달러 정도이고 11억 인구의 1인당 하루 수입이 1.5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나 인도의 실제 움직임은 놀라울 정도다. 현재 인도에서는 해마다 300만명이 대학을 졸업한다. 미국 130만, 유럽 290만, 중국 240만보다 훨씬 많다.
5년 후에는 인도의 대졸자가 600만명으로 늘어난다. 게다가 2010년이면 영어를 쓰는 사람이 미국보다 많아져 세계 최대의 영어 사용국이 될 전망이다. 미국, 유럽 등에서 비즈니스, 의료, 기술 부문의 최상급에 이른 이주자만 2,000만명이다. 양질의 노동력과 언어, 거기에 기술과 고품질의 결합. 이는 곧 소프트웨어와 기술 서비스의 거점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 인도의 약진 속에서 미국은 무엇을 해야 할까. 저자는 새로운 국제 통화를 만들고 연방재정적자를 통제하며 저축률을 높이고 에너지 소비와 수입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앤디 그로브의 지적처럼, 한동안 도전장을 내밀 세력은 없을 것이라는 게 미국 지도층의 전반적인 생각이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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