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문안을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환경부가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공사를 반대하며 100여 일간 단식을 하다 입원한 지율(知律ㆍ48) 스님 병문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박선숙 환경부 차관과 문재인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당시)은 2004년 8월 지율 스님이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했을 때 면담한 적이 있어 이번에도 병문안을 검토했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환경부는 한때 지율 스님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바짝 긴장했다. 만의 하나 지율 스님이 목숨을 잃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다. 또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을 경우 그 후유증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시위 농민 사망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찰청장이 중도 사퇴했으며, 지난해 시위도중 노동조합 간부가 숨진 사건이 발생한 후에는 노정(勞政)관계가 급속히 악화했다. 환경부도 이런 전례가 남의 일이 아니다.
환경부는 지율 스님이 당장 촌각을 다툴 정도로 위독한 상태가 아니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으론 병문안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한명숙 장관 재직시절 새만금 간척사업을 반대하는 종교인들의 ‘3보1배’ 시위 때 한 장관이 이들을 위로 방문해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었다. 환경부 장관이 시위에 동조한다는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또 오는 5월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은 이재용 장관의 병문안이 ‘정치적 행위’로 오해받는 것도 부담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순수하게 지율 스님이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환경부 차원의 병문안을 고려한 바 있지만 아직 결정은 못내렸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 동국대병원에 입원한 지율 스님은 치료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병원측은 지율 스님이 6일 병원에 도착한 뒤 채혈검사와 혈압체크 등 간단한 검사만 받았을 뿐 영양섭취를 위한 링거주사 등 모든 치료행위를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율 스님은 병석을 지키는 동생과 지인들의 설득으로 소량의 물은 마시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아직 심전도 검사와 안구 검사 등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를 하지 못한 상태”라며 “스님을 설득해 건강 회복을 위한 치료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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