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4년차를 맞은 노무현 대통령의 코드인사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ㆍ2 개각 결과, 장관 내정자를 포함한 국무위원 20명 중 열린우리당 출신이거나 현 정권에서 청와대 근무경험이 있는 인사가 16명에 달했다. 내각의 80%가 노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사람으로 채워져 있는 것이다.
물론 이들 중엔 원래 군인, 관료 출신들이 있다. 그러나 이들도 여당에 입당하거나 청와대에서 근무하고서 장관으로 발탁될 수 있었다.
집권 후반기로 가면 레임덕(권력누수)의 최소화를 명분으로 대통령 측근 인사들의 입각이 많아지는 것은 이전 정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번처럼 그 비율이 높은 경우는 없었다.
김대중 정부의 경우 집권 마지막해인 5년차(2002년 1ㆍ29 개각) 내각에서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가까운 당ㆍ청 출신 국무위원은 20명 중 9명에 그쳤다.
김영삼 정부의 4년차(1996년 2ㆍ18 개각) 내각엔 대통령 인맥이 많은 편이었지만, 22명 가운데 12명이었다. 노태우 정부 때는 집권 4년차 후반(1991년 12ㆍ19 개각) 내각에서는 당ㆍ청 출신이 28%에 그쳤다.
청와대 비서실 인사도 그 동안 ‘돌려 막기’,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그나마 양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대통령의 비서 인사이기에 대통령의 개인적 신뢰가 우선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정을 다루는 내각마저 대통령과의 정치적 관계가 중시돼 짜여지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업무에 대한 전문성, 대야 관계, 대국민 관계 등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은 이런 개각을 원하지 않았다. 본보의 신년 여론조사에서 88.3%가 전문가 내각 또는 야당 인사를 포함한 화합형 내각을 구성할 것을 주문했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이 반대 방향으로 간 것은 국정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의미이며 권력누수에 대한 지나친 우려가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이를 정치적 승부수 차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노 대통령이 여론의 흐름을 잘 알면서도 믿을 수 있는 ‘동지’들을 내각에 포진시켰다는 사실은 정치판을 뒤흔드는 수를 준비 중이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6일 사학재단의 반발에 타협하지 않고 사학비리의 발본색원이라는 강수로 나온 것도 그 일단을 엿보게 한다.
그러나 정치적 승부를 걸수록 내각은 전문적이고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2월 후반으로 예정된 2차 개각에선 널리 인재를 구하는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는 바람이 많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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