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민사5부(조용호 부장판사)는 1973년 중앙정보부에서 조사를 받다 의문사한 최종길(사진) 전 서울대 법대 교수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국가는 유족에게 15억원을 지급하라”는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고 6일 밝혔다.
강제조정 결정이 내려지면 원고와 피고는 결정문을 받아 본 후 2주 내에 이의제기를 할 수 있으며, 이의 제기를 하면 정식 재판 절차가 재개된다. 이의 제기를 하지 않으면 강제조정 내용이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된다.
재판부는 “최씨 유족은 국가가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5년) 등의 법적 쟁점이 있어 최씨 아내와 아들에게 각 5억원, 딸에게 3억원, 최씨 남매 5명에 5,000만원씩을 다음달 말까지 지급하라는 조정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19일 원고와 피고의 합의를 통한 조정을 한 차례 시도했지만 성립되지 않았다.
최씨의 장남인 최광준 경희대 법대 교수는 “국가기관이 개인에 대해 인권침해나 위법행위를 한 경우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 적용이 가능한지 판단해 달라는 것이 소송을 낸 취지”라며 “결정 내용을 받아들일 경우 유사 사건에 대해 좋지않은 선례가 될 수 있어 이의제기하겠다”고 말했다.
최씨 유족은 73년 중앙정보부에서 최씨가 ‘유럽 거점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조사를 받다 숨지자 진상규명을 요구해 오다 2002년 5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숨졌다”고 발표한 뒤 소송을 냈다.
이들은 1심 재판부가 “국가의 책무, 원고들의 고통 등을 감안해 국가는 원고들에게 10억원을 지급하라”며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당시 재판부는 “소멸 시효가 지났다”며 사실상 원고 패소 판결했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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