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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탄야후엔 '길몽' 이-팔평화엔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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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탄야후엔 '길몽' 이-팔평화엔 '악몽'

입력
2006.01.0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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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탄야후가 살면 중동 평화협상은 죽었다.’

이스라엘_팔레스타인 협상의 중요 고비마다 공식처럼 나도는 소문이다. 그만큼 벤야민 네탄야후(55ㆍ사진) 리쿠드당 당수가 중동 평화구도에서는 악역을 담당했다는 얘기이다. 신당 카디마(전진)를 이끌고 있는 아리엘 샤론(77) 이스라엘 총리가 뇌출혈로 사실상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은 6일 흉흉한 소문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샤론 총리의 퇴장은 네탄야후에게는 두번째 천운이자 평화협상에는 두번째 악몽이라는 것이다.

3월 28일 예정된 이스라엘 조기 총선에서 샤론 총리가 지난해 11월 집권 리쿠드당을 탈당해 만든 카디마의 압승이 예상됐었다. 샤론의 탈당 이후 네탄야후가 조타수가 된 리쿠드당은 지지도가 노동당에도 훨씬 못 미치는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이런 구도는 샤론의 갑자스런 유고로 한 순간에 바뀌었다.

샤론의 개인적 인기에 의지해온 카디마는 급속히 무너질 것이고, 대신 유권자들의 안보 우려에 편승한 네탄야후 당수가 대역전극을 끌어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외부의 정치지형 변화에 의해 네탄야후 당수가 어부지리를 얻은 경우는 1996년에도 있었다. 당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93년 오슬로 평화협정으로 평화무드가 한껏 무르익었다. 그러나 평화협정의 한 주역이었던 이츠하크 라빈 총리가 95년 11월 극우청년의 총탄에 비명횡사하면서 피와 보복의 전쟁 상황이 재연됐다.

계속되는 자살폭탄 테러에 염증이 난 이스라엘 유권자들은 96년 총선에서 '이스라엘의 안보’를 외친 당시 45세의 네탄야후를 사상 최연소 총리로 만들었다. 라빈 총리가 추구했던 평화와 영토의 공존이 네탄야후에 의해 무너졌듯 샤론 총리가 주도했던 정착촌 철수도 네탄야후에 의해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가자 지구의 폭력 사태도 샤론의 퇴장과 함께 정치적 의미가 완전히 달라졌다. 샤론 총리는 이스라엘군이 철수하면 가자 지구의 치안이 급속히 악화할 것을 예상하고 이를 내심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를 압박, 협상을 관철하는 카드로 이용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샤론이 없는 상태에서의 폭력은 팔레스타인 급진 무장단체 하마스의 정치적 부상(浮上)을 부르고, 이는 네탄야후의 안보론을 굳건히 하는 악순환의 시발일 수 있다. 이미 하마스는 샤론의 퇴장을 정치적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기회로 보고 무장투쟁을 강력하게 전개할 것이라는 소식이 나온다.

미국은 멍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스라엘과의 대화창구를 샤론 총리로 일원화한 뒤 그의 평화구도에 중동정책의 모든 것을 ‘올인’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중재력이 훼손되고, 네탄야후를 상대할 강력한 리더십이 없는 이스라엘 정치상황을 볼 때 샤론의 부재는 미국에게는 조지 W 부시 정부 초기의 방관자적 자세를, 이스라엘에는 보수와 진보의 싸움이라는 해묵은 구도를 재현시킬 가능성이 높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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