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스타들이 홍콩에서 세계 무역 기구(WTO) 반대 시위를 벌이다 체포돼 억류된 한국 농민과 노동자를 위해 나섰다.
영화 배우 안성기 이영애 이병헌은 6일 재판을 앞두고 있는 한국 시위대의 석방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홍콩 WTO 각료 회의 저지를 위한 한국 민중 투쟁단’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11일 열릴 재판을 참관하기 위해 8일 출국할 예정인 ‘한국 민중 투쟁단’은 탄원서를 홍콩 정부와 경찰에 전달할 예정이다.
세 배우는 탄원서를 통해 “한국 대표단이 그들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한 과정에서, 홍콩 정부와 경찰과의 마찰을 원한 것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본의 아니게 불상사가 일어나게 된 것을 알고 있다”며 “이러한 사태에 대해 우리는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전제했다.
또 “생존의 나락에서 허덕이고 있는 그들의 삶과 지금 홍콩에서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감안하여 하루 빨리 한국으로 돌아와 살아 갈 수 있도록 선처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 드린다”고 밝혔다.
이 같은 탄원서는 배우 안성기씨와 영화제작사인 씨네2000의 이춘연 대표, 스크린쿼터 문화연대의 양기환 사무처장 등 영화계 인사들이 홍콩 한국 시위대 재판과 관련한 대책을 고민하던 가운데 나왔다.
스크린쿼터 문화연대의 양기환 사무처장은 “영화계도 농업과 마찬가지로 경제 제일주의 정책 때문에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에 농민 단체들과 지속적인 유대 관계를 가져 왔고, 이번 사태로 기소된 양경규 민주노총 공공연맹 위원장의 딸이 우리 단체에서 자원 봉사자로 일한 인연도 있었다”며 “한류 스타들의 탄원서 제출이 재판 결과에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결과를 미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스크린쿼터 문화연대에 따르면 현재 그리스에서 CF 촬영 중인 이영애는 팩스를 통해 친필 사인이 적힌 탄원서를 수 차례 보내오는 등 큰 관심을 표명했다.
이번 탄원서 제출을 주도한 안성기스크린쿼터지키기 영화인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이번 사건을 거울 삼아 해외에서 시위를 하더라도 좀더 비폭력적이고 세련된 방식으로 우리의 의견을 전달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면서도 “이번 ‘실수’는 한 번 인정해 주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홍콩에서 억류 된 양경규 민주노총 공공연맹 위원장 등 11인은 5일 오후 3시 침사추이 스타페리 선착장에서 기자 회견을 연 뒤, 연좌 단식에 들어갔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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