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선수촌 강화훈련기간 중 성형수술을 받은 여자펜싱 국가대표 남현희(25ㆍ서울시청)가 2년 동안 선수자격이 정지되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에 따라 곧바로 국가대표 자격이 박탈되는 것은 물론이고 2월 열리는 국가대표 선발전에도 나갈 수 없어 12월 도하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할 수 없게 됐다.
대한펜싱협회는 6일 3시간여에 걸친 마라톤 이사회 끝에 “국가대표 코치 6명이 모두 허락하지 않을 상황인데도 경기력과 무관한 수술로 훈련을 소홀히 한만큼 펜싱뿐만 아니라 전체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펜싱에서 금지약물복용 이외의 이유로 펜싱에서 자격 정지를 받기는 사상 처음이다.
작은 키(155cm)에 순발력이 워낙 좋아 ‘펜싱계의 슈퍼땅콩’으로 불리는 남현희는 지난해 10월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여자 플뢰레 단체전 결승에서 마지막 주자로 나서 루마니아에 20-19의 역전승을 일구면서 한국에 펜싱 사상 첫 단체전 우승을 안긴 에이스 여검사다.
평소 눈썹이 눈을 찔러 염증에 시달리던 남현희는 지난달 태릉선수촌에서 국가대표 훈련 중 코칭스태프의 만류에도 같은 달 16일 4일간의 휴가기간을 이용해 쌍꺼풀 수술과 함께 볼에 지방을 이식하는 얼굴미용수술까지 받았다.
그러나 수술 후유증으로 회복이 늦어지는 바람에 22일 선수촌에 재입촌한 뒤에도 대표팀 훈련을 소화해 내지 못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협회는 강화위원회를 열어 국가대표 박탈 등 중징계 방침과 함께 26일 태릉선수촌 퇴촌 결정을 내렸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체육계 안팎에서 성형수술 때문에 금메달을 받은 전도양양한 선수를 중징계하는 것은 과잉처벌이라는 여론이 일어나면서 찬반논란이 증폭됐다.
협회 관계자는 이 같은 사정을 감안, “장래성이 큰 선수인 만큼 기회를 주자는 여론도 있고 선수 개인을 생각하면 가슴 아픈 결정이나 선수단 전체의 기강 확립과 중요대회에서 보다 나은 결과를 내기 위해 원칙적인 처벌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중징계 배경을 설명했다.
남현희는 “내 잘못이 확실한 만큼 협회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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