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블룸버그는 아주 특이한 절도범이다. 훔친 물건이 책이라는 점이 그렇고, 훔친 분량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점이 그렇다. 그는 무려 20여년간 미국 전역의 도서관 268곳을 돌며 희귀본 2만3,600여권을 훔쳤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그의 장물을 옮기고 보관하기위해 12㎙ 짜리 트럭을 2대 빌리고 1,050㎙ 길이의 철제 책장을 구입해야 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는 절도범이기는 하지만 책 수집가로도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미국의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A.바스베인스가 쓴 ‘젠틀 매드니스’(Gentle Madness)는 책 수집에 ‘미친’ 사람들의 이야기다. 고대에서부터 최근까지 도서 수집의 역사와 수집가의 열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어난 많은 일화가 펼쳐진다.
‘젠틀 매드니스’가 소개하는 가장 특이한 도서는 상상을 초월한다. 장정을 사람 가죽으로 만든 ‘제임스 앨런, 일명 버디 그로브의 회고록’이다. 1830년대 악명 높은 강도 제임스 앨런이 사후 자신의 가죽을 벗겨 책을 장정한 다음 자기를 체포한 존 펜너에게 전해 달라고 유언함으로써 제작됐다.
19세기 시인 겸 화가인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가 펴낸 ‘시집’의 엽기성도 이에 못잖다. 아내가 죽은 뒤 자신의 미출간 시 원고 한 묶음을 아내와 함께 묻었다가 7년 뒤 무덤에서 꺼내 ‘출간한 책인데, 그 원고 묶음은 지금 하버드대 호우튼 도서관에 보관돼 있다.
돈 벌이에만 관심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는 미국의 은행재벌 J.P 모건, 스탠더드 오일의 헨리 클레이 폴저, 미국 서부 철도 재벌 헨리 헌팅턴은 책을 사랑하고 수집했으며 사후 자신의 장서를 모아 공공도서관을 만들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책에는 이 밖에 1987~89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여섯번에 걸쳐 무려 3,740만달러에 판매돼 장서 경매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석유재벌의 부인 에스텔 도헤니의 장서와, 보험업계 재벌 2세의 돈을 유용해 책을 수집한 헤이븐 오모어의 이야기 등 읽을거리도 포함돼 있다. 출판평론가 표정훈, 소설가 김연수, 출판기획자 박중서씨가 공동 번역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