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가에 급속히 번져가고 있는 ‘아브라모프 스캔들’의 불길이 백악관에도 미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백악관측은 4일로비스트 아브라모프로부터 정치자금 명목으로 받은 6,000달러를 미 심장협회에 기부하는 방법을 통해 ‘반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백악관의 조치는 아브라모프가 3일 유죄를 인정하고 검찰 수사에 협조키로 함으로써 그의 입이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아브라모프가 유죄를 인정하자마자 백악관측이 바로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것은 아브라모프와 부시 대통령 사이에 연결돼 있는 끈을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백악관측의 6,000달러에 대한 설명은 옹색하기 짝이 없다. 2004년 부시 대통령 재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아브라모프가 주선한 모금 액수는 10만 달러를 넘는다는 것이 정설이나 이 가운데 아브라모프와 그의 아내 등이 직접 건넨 돈은 6,000달러에 불과하다는 것이 백악관측 주장이다.
공화당 전국위원회의 트레이시 슈미트 대변인은 “나머지 돈은 아브라모프가 기부를 독려하기는 했으나 모두 다른 사람들이 낸 것”이라며 “이들이 돈을 낸 것은 부시 대통령의 열성적 지지자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아브라모프가 백악관에서 부시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가 몇 차례 백악관 리셉션에 참석했으나 부시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그를 알지 못하며 만난 것을 기억하지도 못한다”고 얼버무리기도 했다.
이와 함께 아브라모프식 부패 로비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인사가 톰 딜레이 전 공화당 하원원내 대표라는 점도 백악관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딜레이 의원은 부시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정치적 동지로 위세를 떨쳐 왔다는 점에서 아브라모프와 이들 사이의 삼각관계에 의심의 눈초리가 갈 수밖에 없다.
이미 별도의 정치자금법 위반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딜레이 의원도 이날 대변인을 통해 아브라모프의 돈을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딜레이 의원에게 건네진 돈은 최소한 5만7,000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딜레이 의원으로부터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자리를 넘겨 받은 로이 블런트 의원도 8,500달러를 반환하겠다고 말했고 밥 네이 공화당 하원의원은 6,500달러의 반환의사를 밝혔다. 앞서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도 돌려주기 러시에 편승하는 등 반환 액수는 벌써 30만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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