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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음식 - 박재은의 음식 이야기- 감기 식이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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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음식 - 박재은의 음식 이야기- 감기 식이요법

입력
2006.01.0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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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는 사이에 감기에 걸려 버린 나는 지난 주 원고조차 건너뛰었을 정도로 고생이다. 좀 괜찮아졌나 싶으면 코를 훌쩍이거나, 콧물이 멈췄나 싶으면 마른 기침의 연속이다. 기침이 좀 잦아들었는가 싶으면 이번에는 열이 나면서 머리가 아파 온다.

감기라는 것이 바이러스가 몸에 침투해 독을 뿜는 동안 체내의 세포 하나 하나가 그에 저항하면서 지쳐가는 것이라는데, 그 와중에 스트레스 지수는 상승하고 체력은 떨어진다.

흔히들 말하기를 감기에는 비타민 섭취가 최고라고들 하지만, 새삼 정말일까 하는 의구심이 생겨났다. 이 곳 저 곳 검색을 해 보니, 비타민을 넉넉히 몸에 두고 있으면 면역력이 높아져서 바이러스 자체의 진입을 막을 힘이 비교적 강해지고, 투병중의 스트레스를 좀 더 잘 다스릴 수 있기 때문이란다.

♡ 유자드레싱, 두부샐러드

비타민 하면 떠오르는 식재료가 감귤류다. 귤, 오렌지, 자몽, 라임, 한라봉, 유자, 영귤 등 그 종류는 의외로 많다. 겨울에 많이들 찾는 유자차와 닮은, 레몬을 저며서 꿀에 재워 먹는 레몬차가 요즘 인기다.

몸에 열이 올라 소화가 잘 안될 때에는 탄산수에 라임 즙을 짜 넣고 생(生) 민트 잎을 빻아서 섞은 다음 마시면 개운하다. 한라봉이나 자몽은 과육의 씹는 맛이 좋아서 젤라틴을 섞어 굳히면 저칼로리의 비타민 간식이 되고, 영귤은 모시조개로 낸 맑은 국물에 즙을 짜 향을 내어 마시면 이마에 땀이 맺힌다.

편의점에서도 살 수 있는 유자차로 말하자면 멀티 플레이어다. 차로 마실 수도 있지만, 다양한 요리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샐러드 드레싱을 만들 때, 설탕 대신 넣어 식초의 산미를 상쇄시키는 역할로 유자청을 넣는다면 후각을 꽤 자극하는 요리를 만들 수 있다.

유자 과육을 포함한 유자청을 볼(bowl)에 담고 여기에 감식초, 참기름, 간장으로 간을 맞추면 완성되는 유자 드레싱은 특히 동양적인 식재료와 어울리겠다. 두부에 소금으로 밑간을 하고 달걀 물과 빵가루를 입혀 노릇하게 튀겨낸다. 감자는 쪄서 도톰하게 썰어두고, 나머지 야채는 입 맛 따라 준비하면 끝. 넓은 접시에 샐러드 야채와 함께 차곡차곡 담고 만들어둔 드레싱을 끼얹으면 감기로 입맛을 잃었을 때 권할 만한 맛이 나온다.

두부를 튀기는 것이 탐탁지 않다면, 소고기를 얇게 썰어 유자 드레싱에 재웠다가 잘게 썬 양파와 함께 볶아서 한 김 식힌 후 샐러드에 얹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유자를 도톰하게 썰고 설탕의 양은 줄인 홈메이드 유자차를 선호하는데, 이 수제 유자차로 드레싱을 한 병 만들어 두고는 감기와 싸우는 동안 약간의 생야채와 함께 거의 매일 섭취한다.

♡ 레몬 꿀, 도넛

나는 무엇이든 손으로 담가 먹는 것을 즐긴다. 무화과가 한창일 때는 무화과 술을, 오미자가 시장에 나온 날에는 오미자 꿀을, 마늘이 탱탱한 계절에는 마늘 오일을 만든다. 병을 소독해서 무화과를 담고 술을 붓는다, 혹은 오미자를 꿀과 켜켜이 담아가며 병을 채우기도 한다. 이 정도의 간단한 과정에 비한다면 그 덕분에 누릴 수 있는 결과물은 상당히 오래 가서 좋다. 또, 담그는 시절의 기억도 함께 보존되는 것 같아서 로맨틱하고.

꿀 가운데 비타민C가 가장 많아 보이는 레몬 꿀을 구운 인절미에 찍어 먹다가 문득 도넛 생각이 났다. 갓 튀겨낸 도넛을 키친 타월로 기름을 쪽 빼고, 설탕을 뿌리지 않은 채 레몬 꿀을 찍어먹으면 맛이 좋을 듯 했다. 도넛 믹스 가루는 예나 지금이나 그 포장이 똑같다.

이십년 전이었던가. 내가 한창 도넛에 맛이 들어서 칭찬 받을 일만 하면 엄마가 도넛을 튀겨 주시곤 했었는데, 그런 날이면 주방에 달콤한 기름내가 가득했던 기억이 난다.

튀김 냄비가 위험하다며 불 근처에는 나를 두지 않았지만 엄마는 내게 밀어 둔 반죽을 컵으로 찍어서 도넛 모양을 만들라고 하셨다. 따끈하게 튀겨진 도넛에 흰 설탕을 솔솔 뿌려 접시에 가득 담아 식탁에 올리면 우유 한 잔씩 손에 든 남동생과 나는 입가에 하얀 설탕이 묻는 줄도 모르고 신이 나서 먹어댔었다.

일 때문에 무심코 도넛 믹스를 집어 든 손길이 이십년 전의 어느 날을 주절거리게 만들만큼 도넛 만들기는 아이들에게 멋진 추억거리가 된다. 요즘 아이들이 아무리 영악하고 조숙하다 해도 엄마가 반죽하고 자기가 컵으로 모양을 내가며 함께 만들어 낸 도넛의 고소한 열기는 손바닥만한 게임기가 주지 못 하는 경험으로 간직될 것이다.

반죽을 좀 얇게 만들어 저 열량 기름에 튀기고, 설탕 대신 도톰히 썬 레몬을 재워 둔 꿀을 글레이즈(녹인 당(糖)의 일종으로 빵 종류의 겉면에 뿌려 굳힌다) 마냥 곁들여 먹으면 정답다.

몸에 한기가 들었다면 생강과 대추에 쌀을 넣고 쑨 생강죽이 좋다. 또 목감기로 음성이 나오지 않는다면 속을 파낸 배에 꿀을 넣어 끓여 내고, 며칠을 가도 낫지 않는 감기에 힘이 부친다면 얇게 썬 사과와 대추를 끓여낸 사과차를 마시자. 약도 주사도 변변치 않았을 그 옛날처럼 먹는 것이 바로 ‘보약’이라는 생각으로.

찬밥에 물 말아 대충 때우고 약 한 봉 먹으면 낫겠지 하면서 누워만 있으면 보는 사람도 덩달아 힘드니까. 온 집안에 감기보다 더 무서운 ‘무기력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도록 맛있는 비타민 요리로 힘을 내보자.

푸드 채널 ‘레드 쿡 다이어리’ 진행자 박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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