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흙탕물이 흐르는 강가에 엎드려 그 물을 그냥 마시고 하루 겨우 죽 한 그릇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있었습니다. 긴 가뭄으로 땅은 이미 갈라져 있었습니다. 그 느낌은 망치로 얻어 맞는 충격이라고 할까요.”
가난과 질병, 약탈과 양민학살로 20여년째 내전 상태인 아프리카 수단 어린이를 돕기 위해 이재현 환경부 수질정책과장이 현지의 참상을 알리는 책을 펴냈다.
이 과장이 수단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01년 말.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국 직원으로 가족과 함께 2000년부터 케냐 나이로비에서 생활했던 그는 현재 ‘남(南)수단의 슈바이처’로 통하는 한국인 이태석 신부를 만난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나이로비에서 가톨릭 한인회장을 맡았던 이 과장은 수단 남부 톤즈로 선교활동을 떠나는 이 신부를 통해 수단 남부 거주자들의 참상을 처음 접했다.
이 과장은 수단 남부의 실상을 체험하기 위해 2003년 3월 현지를 장악하고 있는 반군사령부로부터 ‘통행허가증’을 받고 들어갔다. 주민들은 저녁 식사는 하지만, 아침을 굶고 점심은 건너뛰고 있었다. 주민들은 이 신부에게 진통제나 사탕 한 알을 얻기 위해 수십㎞를 걸어와야 한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강수량이 급격히 줄어 흙탕물마저 구경하기 힘들었다.
체류 중 반군에게 이 신부와 함께 억류되기도 했던 이 과장은 아버지의 급작스런 부고에 열흘 만에 톤즈를 떠났지만 그 참상을 잊지 못해 귀국 직후부터 남수단 돕기에 앞장 섰다. .
마침 KBS의 ‘한민족 리포트’를 통해 이 신부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2004년 1월 포털사이트 다음에 ‘수단 이태석 신부님(http://cafe.daum.net/WithLeeTaeSuk)’이란 카페가 개설됐다. 이 과장은 이 카페에 남수단의 참상을 전했다. 이번에 낸 책 ‘아프리카의 햇살은 아직도 슬프다’(성바오로 출판사 발행)는 이 카페에 올린 글을 묶은 것이다.
이 과장은 2004년 카페 회원들과 서울 대학로에서 음악회를 겸한 1일 찻집을 열어 수익금 2,000만원을 이 신부에게 보내기도 했다. 또 회원들과 남수단에 대한 지원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8일 총회를 열어 남수단 어린이를 위한 장학회 설립과 한국 초청 방안 등을 논의한다.
그는 “3만2,000원이면 남수단 초ㆍ중학생의 1년간 교육비로 충분합니다. 남수단인들이 당장 먹고 살기조차 힘들지만 현재보다는 미래를 위해 어린이 교육비 지원에 힘쓰겠습니다”고 말했다.
송두영 기자 d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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