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서울 남대문시장은 한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지난해 추석 때에 비하면 상당히 활기찬 모습이다.
작년 9월 추석에 남대문시장은 명절분위기는커녕 오히려 더 을씨년스러웠다.
시장 한복판에서는 ‘한가위 축제’가 열리고 있었지만, 축제를 즐기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아동복 상가에서는 승용차에 노트북까지 경품을 내걸고 손님 끌기에 나섰지만, “추석에 이렇게 장사가 안 되기는 처음”이라는 상인들의 푸념만이 들려왔던 게 당시 풍경이었다.
그러나 그 후 5개월여가 지난 이 겨울 남대문시장 곳곳엔 걷기 힘들만큼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있고, 이들을 호객하는 상인들의 목소리는 흥에 겹다. 이곳에서 모피코트 1벌의 가격은 200만~600만원선. 백화점 버금가는 가격이지만, 매일 한 가게 평균 3~4벌씩은 팔려나가고 있다고 한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6개월 후 소비자들의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가 기준선(100)을 돌파했다.
이 같은 지표 개선이 현실 경기를 얼마나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적어도 남대문시장에서 경기회복의 기운이 느껴진 것은 사실이다. 경기회복의 훈풍이 가장 늦게 찾아온다는 재래시장이 이 정도면 백화점, 할인점 경기는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지난해 롯데백화점의 연간 상품권 매출은 3년만에 다시 1조원을 돌파했고, 주요 백화점들의 송년세일 평균 매출신장률은 30~40%에 육박했다. 백화점, 할인점들은 5~6일부터 다시 겨울 정기세일에 돌입,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주가가 사상 최초로 1,400선을 넘어설 정도로 주식시장이 좋은 것도 경기회복 심리는 물론이고 실제 경기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직장인 신모(31)씨. 회사가 은행관리에 들어간 통에, 입사 후 지금까지 연말 상여금, 신년 보너스는 기대해 본 일도 없다. 하지만 지난해 30만원씩 들었던 적립식 펀드가 수익을 내면서, 무려 200만원에 달하는 이자를 받게 됐다.
신씨는 이 돈으로 곧 아내가 될 여자친구에게 명품 가방을 선물하기로 했다. 최근 곳곳에 여유자금을 굴려 안정적인 수익을 냈다는 사람들이 많고, 이들이 소비에 나서면서 경기 회복에 일조하고 있다. 신용카드 돌려막기도 2003년 이후 처음으로 30%대로 떨어져 ‘건전한 소비’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지난해 8ㆍ31 부동산종합대책 이후 움츠러들었던 부동산 시장도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들어서는 연기ㆍ공주 등 충청권과, 혁신도시 개별입지가 확정된 11개 지방도시 등에서도 부동산 경기가 서서히 꿈틀거리고 있다.
외국의 주요 투자기관들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리먼브러더스는 올해 성장률을 6.0%로 전망했고, 골드만삭스(5.3%) 메릴린치(5.1%) 씨티(5.0%) 등도 일제히 정부 전망치(5%) 이상의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이 1,000선 아래로 하락, 수출기업들에게는 비상등이 켜졌지만 엄밀히 따지면 이 역시도 한국 경제의 체력이 강해져 우리 돈의 가치가 높아진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경기 회복세는 일시적인 것이며, 설령 지속된다고 해도 양극화를 수반한 ‘반쪽 경기회복’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통계청의 소비자 기대지수와 달리 현재의 경기ㆍ생활형편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는 여전히 기준치를 밑돌고 있다.
송영웅기자 hero@hk.co.kr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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