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혜경(경희대 교수)은 열정의 피아니스트다. 부조니 콩쿠르의 동양인 최초 우승(1980), 그 뒤 갑작스런 근육마비에 따른 절망의 2년, 꺾이지 않는 의지로 다시 일어나 뮌헨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 차지(1983), 미국 카네기 홀 선정 3대 피아니스트(1988)…. 이 극적인 여정을 지나 이제 40대 후반에 접어든 그는 젊은 시절의 날카롭고 패기에 찬 모습이 많이 둥글려져 부드럽고 깊어졌다.
호암아트홀이 신년음악회로 그의 독주회를 마련했다. 11일 저녁 8시에 열리는 이 공연은 호암아트홀이 올해 펼치는 ‘한국의 위대한 피아니스트’ 첫 무대이기도 하다.
이 시리즈는 국내 대표적인 여성 피아니스트 4명을 차례로 초청한다. 서혜경에 이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를 마친 최희연(4월 14일), 한국 피아니스트의 대모인 이경숙의 모차르트 소나타 (10월 27일), 올해로 연주 인생 50년을 맞은 서울대 음대 학장 신수정의 실내악(12월 5일)이 준비돼 있다.
서혜경이 들려줄 곡은 베버의 ‘무도회의 권유’, 리스트의 ‘사냥’, 슈베르트의 ‘즉흥곡’과 ‘마왕’,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이다. 슈베르트의 ‘즉흥곡’이 아득하게 가라앉는 듯한 내향적인 서정미를 지닌 데 비해 ‘전람회의 그림’은 ‘폭발적인 다이내믹과 웅장함’으로 요약되는 그의 연주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날 선곡이다.
슈베르트의 ‘마왕’은 지난해 3월 뉴욕 링컨센터 독주회에서 평론가 해리스 골드스미스로부터 “내 평생 이렇게 아름다운 ‘마왕’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극찬을 받은 곡이다.
매일 6시간 이상 연습하며 노력을 쉬지 않는 그는 올해도 바쁘다. 2월 미국 플로리다, 4월 뉴욕 링컨센터, 7월 독일 베를린, 10월 일본 도쿄 독주회를 비롯해 국내 순회 연주, 중국 전통악기 비파와 협연하는 중국과 일본 연주, CD 녹음 등이 잡혀있다. (02)751-9607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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