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 통계와 시민들의 체감 지수는 항상 괴리가 있게 마련이고 이는 고용 문제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2005년 실업률이 3.8% 수준으로 억제되었고, 일자리도 30만 개 이상 늘어났음에도 청년, 중ㆍ고령자, 여성 등 어느 계층에서도 고용사정이 좋아졌다는 소리는 듣기 어렵다.
이러한 괴리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노동시장의 양극화 경향이다. 고용이 양적으로는 증가하더라도 질적으로 오히려 악화할 경우 고용 사정에 대한 불만은 커지게 마련이다. 취업해서 일을 해도 생계비 수준의 소득을 벌지 못하거나, 자신의 능력에 비해서 낮은 질의 일자리라면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노동시장에서 긍정적인 지표가 적지 않았다. 경기회복의 속도가 매우 지지부진했음에도 취업자 증가율이 1.5%에 달했고,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처음으로 50%를 넘었으며, 업종별 고용구조도 개인서비스나 유통서비스보다는 생산자서비스 및 사회서비스 중심으로 증가해 선진화 추세를 보였다.
●노동시장 양극화 지속 전망
또한 논란이 많은 비정규직 고용도 증가하기는 하였지만 증가율 자체는 둔화했다. 그러나 30여만 개의 일자리가 증가했음에도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은 많이 증가하지 못했으며, 저학력자 및 고령자의 실업률이 증가했고, 기업규모별 임금격차 및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는 더 확대되었다.
2006년 대부분의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은 내수의 회복과 수출의 호조 지속으로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시장의 여건도 호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2006년에 일자리가 약 40만 개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고, 경제활동참가율이나 고용률도 정체국면을 벗어나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즉, 노동시장의 양적인 지표 측면에서는 전반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질적 수준이 개선될 조짐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내수 회복으로 도ㆍ소매 음식 숙박업이나 개인서비스업 등 전통적 서비스업에서의 고용 성과가 나아질 것으로 전망되기는 하지만, 이 부문에서도 구조조정에 따른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자영업과 영세사업장에서의 고용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정규직 증가는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이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격차가 완화될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또한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주로 비정규직이나 영세사업장에서의 여성 취업이 늘어나는 추세도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즉, 노동시장의 양극화 경향이 지속하고 고용의 질은 쉽게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노동시장의 양극화 추세는 노사관계에도 반영되어 노사관계의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는 대기업에서의 노사분규가 줄어드는 반면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의 노사분규가 증가하였고 부당노동행위 및 부당해고 관련 신청 건수는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올해는 고용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정책적, 제도적 장치들에 대해 더 고민해야 할 것이다. 여성 고용이 증가한다는 사실에 만족하지 않고 여성고용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정책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고, 청년층이 능력에 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중ㆍ고령 퇴직자들이 경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 데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소외 계층 위한 정책 절실
또한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근로자, 자영업자 등 기존의 노동정책의 대상에서 소외되어 있는 부문을 제도의 틀 속으로 끌어들이는 노력도 강화되어야 한다. 고용의 질이 확보되어야 고용의 양도 장기적으로 증가할 수 있고, 체감 고용지수도 높아질 것이다. 2006년이 고용의 질적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원년이 될 수 있도록 노동정책의 질도 한 단계 더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전병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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