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시위 농민 사망사건의 원인이 경찰의 과잉진압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해 허준영 경찰청장이 물러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조영황)가 이번에는 경찰공무원을 뽑을 때 성별 채용 인원을 구분하는 것이 차별행위라는 견해를 내 놓았다.
그러자 경찰은 “이는 현재 4.1%에 불과한 여성경찰관 비중을 올리기 위한 여성채용목표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 인권위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인권위는 4일 조모씨가 경찰공무원 채용 시 성별 모집인원을 나누면서 여성 채용인원을 남성보다 현저히 적게 정하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한 차별 행위라며 2004년 7월 제기한 진정에 대해 이 같이 판단하고 경찰청장에게 개선을 권고했다. 현재 경찰은 순경의 경우 약 20%(2005년 상반기 채용), 간부후보생과 경찰대학생은 10%를 여성으로 뽑고 있다.
인권위 차별시정본부 조영호 팀장은 “현 여성경찰관 채용 목표제가 여성경찰관의 비중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채용인원의 20%만 여성으로 못박는 것은 근본적인 평등권 침해”라고 밝혔다. 조 팀장은 “여성채용목표제의 정책기조는 유지하되 성별 구분모집이 아닌 다른 정책적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강력범 체포나 주취자(酒醉者) 처리, 순찰지구대 근무 등 경찰업무의 신체적ㆍ체력적 조건을 고려해 성별 채용구분을 둔 것”이라며 “잦은 야간업무, 장거리 출장, 불규칙한 근무시간 등 여성이 감당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범죄자의 80% 이상이 남성인 점과 여성 경찰관들이 내근부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점도 구분모집의 이유”라며 “인권위의 생각은 현실을 무시한 이상론”이라고 밝혔다.
인권위 관계자는 그러나 “구체적 직무내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성별을 기준으로 채용인원을 정하는 것은 정당화할 수 없고, 남성보다 현저하게 적게 할당된 여성경찰관 채용인원도 산출근거가 불분명하다”고 반박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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