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4일 이택순(54) 경기경찰청장을 신임 경찰청장(13대)에 내정한 것은 젊고 개혁적인 성향과 참여정부 들어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지낸 경력을 높이 산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합리주의자로 성격이 차분하다는 점도 감안됐다고 한다.
결국 이 내정자는 허준영 전 청장과 마찬가지로 수사권조정 등의 경찰개혁과제를 추진하되 되도록 조용히 일을 처리해달라는 주문을 받은 셈이다.
행시 18회 출신인 이 내정자는 경찰청 정보3과장, 서울경찰청 형사과장, 경찰청 교통관리관 등 경찰 각 분야를 두루 역임해 정책력과 기획력이 있다는 평가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무난할 것”이라고 경찰 안팎에서 자신할 만큼 도덕성도 갖췄다. 이해찬 국무총리의 용산고 서울대 후배이기도 하다.
2004년 8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지낸 이 내정자가 치안총수에 오르면 최기문, 허 전 청장에 이어 청와대 치안비서관 출신이 3회 연속 경찰청장에 뽑히는 기록을 남기게 된다.
이 내정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후 국회로부터 임명동의를 받을 경우 행정자치부 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 의해 정식으로 임명된다.
후임 총수를 손꼽아 기다리던 경찰 내부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경찰 관계자는 “말보다는 묵묵히 행동으로 솔선수범하는 분이 청장에 내정돼 듬직하다”며 “업무추진력과 판단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 만큼 경찰의 묵은 현안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내정자는 말을 아꼈다. 그는 이날 오후 임명동의를 위한 경찰위원회 임시회의를 앞두고 “무거운 책임을 느끼며 국민과 경찰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향후 정책에 대해서는) 정식 임명되기 전이라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내정자와 함께 후임 경찰청장을 놓고 경합을 벌였던 최광식(57) 경찰청 차장과 강영규(58) 경찰대학장 등 나머지 치안정감 2명의 거취도 관심이다.
최 차장은 일각에서 해양경찰청장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나이가 많은 강 경찰대학장은 용퇴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치안정감 치안감 경무관 등 경찰 고위급 인사의 폭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신임 경찰청장이 정식 임명된 뒤 다음달 초 공석 중인 서울경찰청장 등 치안정감, 치안감급 승진ㆍ전보 인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청장에 이어 ‘요직 중 요직’으로 꼽히는 서울경찰청장에는 어청수(51) 부산경찰청장이 유력하지만 사시26회 출신인 박영진(50) 경남경찰청장과 한강택(55) 전남경찰청장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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