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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윤리가 배제된 과학의 최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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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윤리가 배제된 과학의 최후는?

입력
2006.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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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년간 인간배아 줄기세포가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황우석 교수의 확신에 찬 발언에 상당수 난치병 환자들이 열광하였고, 월드컵 축구 4강 진출 때와 흡사하게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열광하였다. 한국인에게 최초로 노벨상을 안겨주리라 기대되었던 황 교수는 한국인의 자랑이자 이 시대의 ‘살아 있는 영웅’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줄기세포 실험에 관한 황 교수의 논문이 ‘고의로 조작’되었다는 언론 보도와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발표에 온 국민은 충격을 받았고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2005년 사이언스에 기고한 논문에 제시된 맞춤형 줄기세포 11개 중 9개는 없으며, 2개의 줄기세포(2번, 3번)도 과연 진짜 줄기세포인가에 대해서는 DNA 검사에 의뢰하였는데, 이 또한 맞춤형 줄기세포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생명공학기술에 입각한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인간 배아의 복제가 인간생명체에 대한 실험이라는 점, 인간 복제는 인간 존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 생명 복제는 기존 생태계 자체를 파괴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가톨릭 등 종교계로부터 비난을 받아 왔다.

●황우석사건 종교의 성쇠와 비슷

인간 및 동물 생명의 창조가 종교의 영역을 벗어나 과학의 영역에서 가능하게 됨으로써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과 신비가 사라지는 것은 종교의 존재 및 권위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제공함으로써 제우스신의 노여움을 받아 산꼭대기에 묶여 매일 독수리로부터 간을 쪼아 먹히는 형벌을 받게 된 프로메테우스는 불이 인류문명에 가져다주는 이익과 폐해를 모두 예측하였을까?

생명공학기술에 의한 인간 복제는 난자 채취 과정에서의 윤리적 문제와 인간 생명체의 상품화에 따른 사회적ㆍ윤리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더욱 발전한 인간 복제기술이 남용될 경우 우수한 유전자로 조작된 인간 계층이 그렇지 못한 인간들을 지배하고 착취하는 공상과학 영화 속의 얘기가 머지않아 현실화될 것 같다.

현행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제17조)은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와 달리 인간 배아를 연구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윤리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인간의 존엄성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조항(10조) 위반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생명 복제에 대한 과학적 진술은 신체의 완전한 극복 및 지배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신화적ㆍ종교적 세계관을 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황우석 줄기세포 사건이 종교의 성쇠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인간배아 줄기세포는 난치병 및 불치병의 완치라는 ‘믿음과 유토피아’ 의식을 대중들에게 심어주었다.

난치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한 황 교수는 ‘구세주’와 같은 존재였다. 일반적으로 종교는 ‘구원’에 대한 ‘믿음과 유토피아’를 사람들에게 제시함으로써 ‘신도’들을 확보하게 된다.

인간배아 줄기세포가 없다는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추종자가 인터넷 카페 등에서 여전히 그를 지원하는 것을 볼 때, 황 교수는 이미 상당수 열렬 ‘신도’들을 확보한 것 같다. 특히 난치병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는 배아 줄기세포가 존재한다는 믿음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질병완치’에 대한 절박한 ‘꿈과 희망’이 있다.

●윤리라는 날개 없으면 결국 추락

생명공학기술은 인류의 생활양식과 세계관 및 종교관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과학기술이다. 인간배아 줄기세포 문제는 과학과 종교의 양립 가능성에 대한 담론을 제공하였으며, 과학의 영역에서도 종교적 권위와 의미를 모색할 수 있는 사례를 제공하였다.

황우석 줄기세포 사건이 남기는 중요한 교훈은 윤리가 배제된 과학과 종교는 결국 사회로부터 퇴출당할 것이라는 점이다. 윤리는 과학과 종교가 정상적으로 기능 할 수 있도록 하는 날개와 같은 것으로 날개가 부러지거나 없는 과학과 종교는 결국 추락하고 말 것이다.

최승환 경희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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