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시 상동에 사는 주부 송모(43)씨는 1년 전부터 아들 김모(14)군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부쩍 줄어 걱정이다. 평소 아들이 집에서 게임, 채팅 등 하루 3~4시간 인터넷을 사용하는 문제를 나무라면서 관계가 서먹서먹하던 참에 최근엔 휴대폰 때문에 더욱 소원해졌다.
잦은 휴대폰 사용과 불필요한 유료 서비스 등으로 김군의 한달 휴대폰 요금이 15만원을 넘을 때가 적지 않기 때문. 김군은 휴대폰을 두고 등교한 날은 점심시간에 집으로 다시 오기도 했다. 송씨는 “아들의 휴대폰, 인터넷 사용 습관이 잘못 들어 바로잡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중고생들이 휴대폰과 인터넷 사용으로 가족과 겪는 갈등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소비자정보센터는 3일 수원 성남 부천 등 도내 7개 지역 중고생 1,283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0~11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휴대폰 소지자의 40.4%와 인터넷 사용자의 42.4%가 가족과 갈등을 빚은 경험이 있었다고 밝혔다.
휴대폰으로 인한 갈등 요인으로는 ‘요금 과다’가 58.8%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휴대폰 소지’(21.6%), ‘불필요한 이용’(15.2%) 등의 순이었다.
휴대폰을 갖게 된 시기는 대부분 초등학교(25.9%)와 중학교(64.2%)였다. 이용요금은 매달 ‘1만∼3만원’(41.8%)이 가장 많았지만 5만원 이상 사용하는 학생도 16.7%나 됐고 ‘10만원 이상’이라고 응답한 학생도 3.6%나 됐다. 그러나 요금을 자기 용돈으로 직접 낸다는 학생은 0.7%에 불과했다.
또 중고생들은 스스로 ‘휴대폰 중독증’(36.5%), ‘과다한 이용요금’(27.7%), ‘빠른 신제품 교체’(19.2%) 등을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 인식했다.
인터넷으로 인한 갈등 원인으로는 ‘게임 시간 과다’가 39.3%로 가장 많았고 ‘형제간에 서로 많이 하려는 다툼’(26%), ‘습관적 접속’(16.9%), ‘요금 과다 청구’(9.8%) 등이었다.
하루 3시간 이상 인터넷을 이용하는 청소년은 15.3%였으며 주이용 서비스는 게임ㆍ오락(28.5%)이 가장 많았다. 온라인학습이라고 응답한 학생은 3.4%에 불과했다.
센터 관계자는 “청소년들의 과시ㆍ모방 소비와 무계획적인 충동 소비 등 휴대폰, 인터넷으로 인한 가족간 갈등이 새로운 문제로 부상했다”며 “합리적인 소비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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