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의원의 입각에 대한 열린우리당 내 반발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선 “유 의원이 복지부장관으로 임명되면 무슨 일이 터질지 알 수 없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동료 의원이자 한 개인에 대한 비토가 이처럼 심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단순하게 설명될 수 없다. 유 의원에 대한 의원들의 좋지 않은 감정과 현실적 문제가 뒤섞여 있다.
우선 ‘정서적 거부감’이다. 당내 의원들 가운데 유 의원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는 별로 없는 게 사실이다. 공격적, 매도성 발언과 타협을 모르는 성격 때문이다. 그의 모난 토론 스타일에 손사래를 치는 의원이 한 둘이 아니다. 그래서 김영춘 의원은 지난해 “옳은 말을 그렇게 싸가지 없이 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고 유 의원을 공개 비판했다.
하지만 이는 주된 이유는 못 된다. 사람이 싫다고 해서 입각을 반대하는 것은 개인 관계라면 모를까, 여당 의원으로서는 옹색하다. 본질적인 이유는 유 의원의 대외 이미지다. 한 재선의원은 “지역을 돌아다녀 보면 유 의원에 대한 정서적 반감이 상당히 크다”며 “일부 열렬 지지자를 제외하곤 국민도 좋아하지 않는데 굳이 입각 시켜야 하느냐”고 말했다.
따라서 유 의원의 입각은 여권의 국정운영 차원에서 득 될 게 없을 뿐 아니라 마이너스 요인이라는 사람이 많다. 전략적 고려인 셈이다. 이는 지방선거를 앞둔 우리당의 이미지에 악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으로 이어진다. 김영춘 의원은 “국민은 연초 개각에서 여권의 새 출발 다짐과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며 “그런데 유 의원 때문에 정서적 거부감이 확산된다면 대통령과 당에 부담을 줄 것임을 걱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3선 의원도 “능력은 둘째 문제”라며 “독단적이고 외통수적인 이미지가 당의 지지도를 올리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지방선거에서도 악재가 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코드 인사’에 대한 우려도 같은 맥락이다. 한 재선 의원은 “유 의원 입각은 누가 봐도 노무현 대통령과 이해찬 총리에 의한 코드 인사라고 할 수 밖에 없다”고 규정했다. 그는 “새해 국정운영 방향을 밝히는 첫번째 개각에서 국민이 ‘그래 너희들끼리 다 해먹어라’는 생각을 갖도록 해서야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의원은 “노 대통령의 ‘정치경호실장’이라 불리는 유 의원의 입각은 코드인사에 대한 반대여론을 자극, 증폭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외연 확대를 서둘러야 할 판에 거꾸로 친노(親盧) 코드인사를 밀어붙이는 것은 ‘자해 행위’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따라 유 의원이 끝내 입각할 경우 당청 관계가 심각한 갈등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내엔 여당의 기류를 충분히 알면서도 유 의원의 입각을 고집하는 노 대통령의 정국운영 스타일에 화살을 돌리는 의원도 적지 않다. 상황에 따라선 노 대통령이 공개적인 비판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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