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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스너피, 병술이, 논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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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스너피, 병술이, 논술이

입력
2006.01.03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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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해다.

미국에서 문을 연 해피뉴스닷컴(HappyNews.com)이 행복한 뉴스만을 보여주는 웹사이트를 표방해 제법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새해 첫날 이 웹사이트에 오른 기사들은 네 살 난 딸아이가 긴급전화를 해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다가 낙상한 어머니의 목숨을 구했다는 등 희망을 전하는 미담들이다.

한국 사회의 새해 첫날을 담은 한국일보 1월2일자 사회면에 아름다운 소식은 거의 없다.

‘시위 도중 숨진 두 농민의 장례가 끝났지만 고향 마을에는 신년 초의 활기는 오간 데 없이 절망과 분노가 여전하다. 청년실업 등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남학생들이 교육대로 몰리고 있다.

70세 목회자가 퇴임 의사를 번복하고 5년을 더하기로 결정해 은퇴를 요구해온 단체와 교회들이 반발하고 있다. 용인에서 필리핀 노동자와 우즈베키스탄 노동자가 패싸움을 해 우즈벡 노동자 한명이 흉기에 찔려 숨졌다. 황우석 교수 지지 인터넷카페에 서울대조사위 명단이 공개돼 사이버테러가 우려된다.’

이대로 가면 개의 해에도 막말로 개 같은 세상이 계속되거나 귄터 그라스의 소설 제목처럼 ‘개들의 시절’이 될 것 같다. “뉴스는 세상을 보는 창이다. 미디어는 불행과 절망이나 나쁜 뉴스를 침소봉대하고 과장해 세상을 비뚤어진 시각으로 보게 만든다”는 해피뉴스닷컴의 기존 신문 비판에 딱 걸릴 기사 투성이다.

천연자원은 없어도 사건사고에서 부정부패와 국가폭력에 이르기까지 유쾌하지는 못해도 알리지 않을 수 없는 기사자원이 풍부한 격동의 한국 사회에서 해피뉴스닷컴을 그대로 따라 배워 신문을 만들기는 어렵다.

하지만 한국일보 사회부도 체험르포를 함께 한 관악우체국 백현호 팀장처럼 “새해엔 즐거운 소식, 가슴 따뜻한 소식 많이 전해드리고 싶다”는 심정은 매한가지다.

개의 해이니 개에 빗대 설명하자면 이런 얘기가 될 것 같다.

엄동설한에 병사들과 고락들 같이 하는 군견, 세관에서 고생하는 마약견, 앞 못 보는 이들에게 봉사하는 맹도견, 시골 마을 독거노인의 벗 누렁이와 복술이. 이런 ‘병술(丙戌)이’들의 사연을 많이 찾아 알리고 싶은 것은 한국일보 사회부 기자 모두의 소망이다.

병술이들의 주인일 갑돌이, 갑순이들의 노력이 2일자 사회면에 실린 ‘생활쓰레기 발생량이 6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고 1인당 1일 생활쓰레기 발생량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발생량보다 적어졌다. 국회가 정부 원안대로 처리하던 공무원 급여 인상안을 수정 의결해 올해는 2%만 오른다’는 기사로 결실됨을 믿는다.

병술이들을 발굴하지는 못할 망정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모를 ‘스너피(Snupy)’를 무작정 칭송하며 독자에게도 열광과 감동을 권유하는 어리석음만은 줄이고 싶다.

한국일보와 미디어리서치의 신년 여론조사를 보면 한국사회 발전에 기여한 집단을 묻는 질문에 언론은 7.3%에 불과하다. 언론이 청와대나 학계 보다는 높지만 기업 62.1%, 시민단체 12.3%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붓끝의 혹세무민이 분서갱유(焚書坑儒)의 빌미를 준다는 것을 중국 고대사가 아니더라도 지금 진행 중인 한국 현대사에서 실감한다.

스너피들의 혹세무민(惑世誣民)을 그럴듯하고 화려하게 해설해주는 ‘논술(論述)이’의 기능 보다는 그들을 관찰하며 가려내는 ‘감시견(Watchdog)’의 몫에 충실하기를 소망하며, 독자들의 애정과 질책을 감히 청한다.

丙戌年, Happy New Year&Happy News Year!

신윤석 사회부 부장대우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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