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이 전초전이자, 탐색전이었다면 본게임은 올해부터다.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다.’
시중은행장들이 새해 업무를 시작한 2일 시무식에서 유례없는 금융 대전을 예고했다. 올해 이들 은행은 작년처럼 대손충당금이 줄어들면서 ‘반짝 이익’을 기대할 수도 없는 처지다. 저축에서 투자로 돈이 옮겨가고, 금융 칸막이도 사라지면서 금융환경 자체도 근본적인 변화과정을 겪고 있다. 아차 하는 순간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는 것이다.
●작년과는 다르다
올해야말로 은행의 실력이 여지없이 평가 받는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점을 모든 은행장들이 분명히 하고 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신년사에서 “지난해 은행권은 대손충당금 등 위험관리비용의 감소 등으로 큰 이익을 냈지만 올해는 그럴 여지가 크지 않다”며 “은행들이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영업규모 확대 노력을 더욱 기울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종열 하나은행장도 “영업외적인 수익이 크게 줄게 될 올해는 우리의 영업능력을 시험 받는 어려운 한해가 될 것”이라며 “누가 먼저 상황과 시기에 맞는 대책을 세우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올해부터는 근원적인 수익창출 능력이 은행간 경쟁의 핵심요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수익성 확보를 위한 피 튀기는 영업대전과 자력이든 합병이든 영업력 확대가 올해 은행권의 핵심 화두가 될 전망이다.
●전략은 달라도 목표는 하나
뺏고 뺏기는 유례없는 혈투가 예상되지만, 은행마다 조금씩 성장 전략의 차이가 감지된다.
황영기 우리은행장은 이날 시무식에서 “우리은행을 ‘우리나라 1등은행’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경제를 살리고 지켜달라는 국민들 요청이며, 우리의 사명이자 비전”이라고 말했다. 인수합병이 아닌 자력성장 전략과 ‘토종은행’ 전략을 통한 공격 경영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황 행장은 작년 말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토종은행으로서 권리를 찾아오고, 의무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은 외국계 은행과의 거래로 유출되는 수수료를 찾아오는 대신, 기술 하나만 보고 중소기업에 무담보로 대출해주는 최고 1조원 규모의 대출상품을 만들 계획이다.
황 행장이 올해 최고의 경쟁상대로 꼽은 국민은행도 작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올해는 안으로 다져진 조직역량을 시장에 본격적으로 내보이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그 동안 소극적이었던 영업규모 경쟁에서 이제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환은행 인수를 놓고 국민은행과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할 김종열 하나은행장은 “하나금융그룹 차원의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갖추게 되었다”며 “CS(고객만족) 1위 은행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조흥은행과의 시너지 효과 극대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내부 정비에 쏟을 시간과 에너지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수수료 수익 증대 등 핵심손익을 끌어올리는 한편, 고객기반을 더욱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갈 것”을 직원들에게 주문했다.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도 내부 통합과 성장전략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 행장은 “올해 내부통합을 마무리하는 한편, 세계 제일의 브랜드 파워를 활용해 성장전략을 구사하겠다”고 밝혔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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