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소설 3관왕이 나왔다. 올해 한국일보 신춘문예에서 ‘카리스마 스탭’으로 당선된 김애현(41)씨. 그는 이번에 강원일보에도 ‘빠삐루파 빠삐루파’라는 작품을, 전북일보에는 ‘K2 블로그’라는 작품을 각각 응모해 영예를 안았다. 이근배(李根培ㆍ65) 시인이 1961년 신춘문예에서 시 3관왕을, 지난 해 강유정(姜由楨 ㆍ31)씨가 문학ㆍ영화평론으로 3관왕을 차지한 바 있으나 소설부문을 휩쓴 예는 그가 처음이다. 그는 “너무 두렵다”고, “두려워서 전화도 안 받고 외출도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신춘문예에 4군데 작품을 보냈다고 했다. 지난 해 말 당선자 인터뷰 당시 이미 강원일보의 당선 통보를 받은 상태였으나 “신춘문예 ‘꾼’처럼 보일까 봐, 걱정스러워서” 말을 못했다고, “서랍 속에 갇혀있던 작품들이 아깝고 안쓰러워 응모했는데,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얻은 것 같아 미안하고 죄스럽기까지 하다”고 거듭 말했다.
“아버님이 군인이셨어요. 아주 엄하셨죠. 29살(1992년)에 결혼을 하고 난 뒤에야 여유가 생겼고, 그 때부터 비교적 마음 편히 글을 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교육학을 전공한 그의 문학공부는 처절했을 것이다. “92년 9월 민족문학작가회의 강좌를 들었고, 이듬해부터 몇 년간 모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공부했습니다. 소설가 이순원, 정찬 같은 분들에게서 소설의 기초를 배웠어요.” 그런 자리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문학 소모임을 꾸려 작품을 쓰고 돌려 읽고 서로 비판하며 공부를 이어갔다. 그럴 때마다 대학을 다시 가서 제대로 공부하고싶다는 생각이 든 적도 없지 않았다고 했다.
“우리끼리 서로 비판하고 칭찬하고 격려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지요. 망망대해에서 나침반도 없이 노를 젓고 있는 것 같다는 불안감…, 대학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했어요.” 그는 그 두려움과 갈증을 끊임없이 읽고 쓰는 것으로 자위하며 극복했다고 했다. 문학상 심사평이며 매 해 신춘문예 작품과 심사평을 정전처럼 찾아 읽었다고 했다.
함께 공부하던 이들이 하나 둘 소설을 포기할 때 그 역시 고독하고 힘들었을 것이다. ‘소설에 쏟은 열정을 다른 데 쏟았다면…’ 싶은 회의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래도 소설 쓰는 게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믿음과 자신감을 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그는 4명의 나이 많은 문우들과 함께 2주마다 한 차례씩 서울 시내 한 빵집에 모여 공부를 해왔다. “함께 고생했고, 다들 열심히 잘 쓰시는 분들인데 저만 중복 당선된 게 죄송스러워 지난 연말에야 어렵사리 통화를 했습니다.”
그는 안다. 그가 그래왔듯, 그들은 낙선의 좌절감에 이 1월 한 달을 달력과 시계도 외면한 채 몸살을 앓을 것이다. 그리고 2월이면 다시 컴퓨터를 켜고 책상 앞에 앉을 것이다. “저도 그래요. 당선이 됐든 안 됐든 저 역시 글을 계속 썼을 것이고,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어요. 당선된 사실이야 물론 기쁘지만, ‘3관왕’은 사양하고 싶은 영광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처음 당선 소식을 전해 듣던 때와 달랐고, 인터뷰 때와도 달라져 있었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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