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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작가 양주혜 "바코드에 갇힌 20세기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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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작가 양주혜 "바코드에 갇힌 20세기 돌아보다"

입력
2006.01.0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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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시대는 특정한 양식을 갖는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20세기 산업사회를 대표하는 양식이 있다면 바코드다. 설치작가 양주혜씨는 나노기술의 발전과 함께 역사의 뒤안으로 밀려나고 있는 바코드를 통해 20세기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우리가 구매하는 일상용품에 찍혀진 바코드는 현대인의 정체성에 대한 강박을 보여주는 효과적인 도구로 변신한다.

국내 설치미술 1세대로 불리는 양씨가 아르코미술관 전관에서 ‘양주혜- 길 끝 의 길’이라는 제목의 초대전을 갖고있다. 점과 선이라는 보편적인 조형 요소를 통해 주로 건축물 가림막 작업을 해온 작가의 작품세계를 총체적으로 보여주면서 최근 집중하고 있는 바코드 설치작업을 결산하는 자리다.

제 1전시실은 일상용품에 찍혀진 바코드가 빛에 의해 읽혀지는 현상에 주목한다. 바코드는 사전적으로는 ‘문자나 숫자를 흑과 백의 막대모양 기호로 조합, 컴퓨터가 상품매출정보를 쉽고 빠르게 인식할 수 있도록 코드화한 것’이다. 작가는 고유의 바코드를 부여받고 이를 수십개의 걸개로 환원, 전시장안에 세움으로써 평면 바코드를 입체화한다.

관객은 작품의 안과 밖을 자유롭게 들고 나면서 평면의 흑백 막대가 갖고있는 다양한 함의를 스스로 찾아나서야 한다. 수동적 소비자에서 능동적 정체성의 탐구자로 환원되는 셈이다.

제 2전시실은 바코드와 더불어 색점, 격자, 법계도, 설치작업에 이르기까지 전 작업의 경향을 한 공간에서 체험하게 한다. 초기 침대보 타월 조각이불 치마 등 생활의 속내가 배어있는 일상적인 물건들위에 색점을 찍음으로써 현실의 흔적을 지우고 시간을 덧입힌 작품들, 1990년대 들어서 건물의 한 면을 완전히 천으로 가리거나 가림막 틀 자체를 캔버스로 변화시킨 거대한 외부설치 작업들의 시안들도 선보인다.

가림막 작업은 도시미화 또는 예술의 대중적 보급 차원에서 작가가 집중했던 것으로 공사현장을 예술로 전환시키는 작가 특유의 상상력과 유머과 엿볼 수 있다.

양씨는 “유동적 공간에 대한 관심이 내 설치작업의 시작과 끝”이라면서 “바코드 작업은 빛을 통해 읽혀지는 순간,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현대인이 살고있는 산업화 정보화 사회의 유동적이고 초현실적인 공간감을 표현하는데 좋은 재료”라고 설명했다.

양씨는 홍익대학교 조소과에서 수학하고 프랑스 마르세이유-뤼미니 미술대학을 졸업했으며 파리 제8대학교 조형예술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전시는 2월11일까지, 전시 후에는 설치된 바코드 평면 걸개를 뜯어내 일상에서 쓸 수 있도록 낱개 판매할 예정이다. (02)760-4602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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