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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새해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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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새해가 두렵다

입력
2006.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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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가고 새해가 왔다. 그러나 한 해를 보내는 회한도 없고 새해를 맞는 각오도 생기지 않는다. 두 농민의 죽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결국 허준영 경찰청장이 사표를 냈다고는 하지만 “세계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잘 보여주듯이 시장 만능의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 그리고 이에 따른 사회적 양극화와 민중생존권의 위기는 새해에도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나라당은 한 술 더 떠 사학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개혁조치를 담은 사학법 처리에 항의해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사학의 문제를 개악 이전인 1990년 이전 상태로 돌려놓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이번 사학법 개정안을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국가정체성 문제로 몰고 가며 초강경투쟁을 벌이고 있으니 어안이 벙벙하다. 사실 개인적으로 새해가 온다는 것이 반갑기는커녕 두렵기만 해 새해 아침 눈을 뜨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쳤다.

●朴대표의 색깔론 불보듯

앞으로 있을 지방선거 등을 생각할 때 박 대표의 한심한 기 싸움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고 어차피 미래에 대한 비전과 철학을 갖지 못한 박 대표가 가진 유일한 경쟁력과 자산이라고는 30년 전 ‘유신 공주’로 아버지 옆에서 보고 배운 색깔론밖에 없다는 점에서 올 한 해 동안 한국정치가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가가 뻔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시사적인 것이 연말에 있었던 인혁당과 민청학련 사건에 대한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의 조사 결과이다.

사실 2005년이 좋지 않은 일들이 많이 터진 실망스러운 한 해였지만 그래도 지난해가 의미가 있었다면 ‘사법 살인’이라고 부르는 인혁당 사건에 대해 발전위원회가 실체를 과장한 조작이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고 사법부가 그동안 미뤄왔던 이들 사건에 대한 재심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런데 박 대표는 국정원 발표에 대해 “한마디로 가치없는 모함”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물론 박 대표가 과거청산 조사결과에 시비를 걸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부일장학회에도 비슷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국제법률가협회가 사법부사상 치욕스러운 암흑의 날이라고 논평했던 유신의 대표적인 공안의혹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그 반응은 충격적이다.

특히 놀라운 것은 조사위원회가 1년에 걸려 조사한 사건을 그렇게 이른 시간에 진상을 파악하고 “가치없는 모함”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박대표의 천재적 지적 능력(?)이다.

한마디로 박 대표에게 중요한 것은 복잡한 현실 속에서의 진실이 아니라 색깔론이라는 이미 입력되어 있는 단일 코드이다. 박 대표의 두뇌 회로에만 들어가면 사학의 투명성을 높이는 사학제도 개혁도 모든 사학을 전교조 사학으로 만드는 빨갱이 법으로, 인혁당에 대한 국가기관 진실위원회의 조사 결과도 빨갱이들을 살려주기 위한 모함으로 변질하고 만다.

오죽했으면 이 사건과 관련된 민청학련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유인태 열린우리당 의원이 박 대표와 화해함으로써 박정희 정권과 화해하고 싶었는데 조사 결과가 누구를 처벌하자는 것이 아닌데도 “위로의 말을 하기가 그렇게 어려운가”라며 박 대표가 모함발언으로 위로는커녕 “유가족의 가슴에 다시 한번 비수를 꽂았다”고 비판하고 나섰겠는가?

●盧정부 실정이 더 부채질

그러나 새해가 두려운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은 올해라고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의한 사회적 양극화가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고 그러한 사회적 양극화에 대한 불만 덕으로 박 대표의 한심한 색깔론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계속 높은 지지율을 유지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게다가 노 대통령이 대연정론 같은 뜬금없는 화두를 들고 나와 여기에 기름까지 부어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 새해가 두렵다.

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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