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1월1일이면 정치권은 어김없이 화합과 상생을 다짐한다. 그리고 민생을 돌보겠다는 약속도 장중한 표정으로 한다. 그러나 한 해가 저물 때면 굳은 다짐과 약속은 공허해진다.
올해도 정치권은 새해 덕담과 다짐들을 쏟아냈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은 이날 오전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방명록에 “국민 여러분의 평안과 행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썼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단배식에서 “나라를 지키고 국민들께 희망을 드리는 한 해야 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의 입들도 “새해엔 민생 체감형 경제회복에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우리당 전병헌 대변인) “지역ㆍ계층ㆍ세대ㆍ이념간 갈등을 종식시켜 국민화합을 이루자”(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는 등 민생과 화합을 외쳤다.
하지만 국민은 정치권의 때깔 좋은 약속들을 믿지 않는다. 오죽하면 시민 인터뷰나 네티즌들의 새해 소망에 “정치권이 제발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당부가 빠지지 않았을까. 본보의 새해 여론조사에서도 우리 경제의 불안 원인으로 72.4%가 ‘정부 정책의 일관성 부족’(42.7%)과 ‘정치 불안’(29.7%)을 지적했다. 국민이 정부와 정치권에 대해 얼마나 실망하고, 걱정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결과였다.
이를 보면서 우리 정치권이 올해를 ‘새해 다짐을 지키는 해’의 원년으로 삼으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고 마는 나팔꽃…’이라는 대중가요처럼 정치권이 가볍게 약속을 어기는 상황을 올해는 정말 보고 싶지 않다. 한 해가 다 가고 12월이 됐을 때 정치권을 ‘약속 지키지 않는 나팔꽃’으로 비유한 이 ‘기자의 눈’을 정정하는 글을 쓰고 싶다.
최문선 정치부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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