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계
KT 수도권 강남본부에서 마켓 컨설턴트(MC)로 일하고 있는 강현진(25)씨. 2004년 연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KT에 입사한 그는 70명의 동기들 가운데 면접 전 과정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
SC제일은행 이애리(49) 상무는 지난해 8월 국내 은행권 첫 여성 임원급 지점장이 됐다. 그는 부지런함과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무기로 지점장 생활 7년 동안 6번 으뜸상을 받았다. 여성은 결혼하면 당연히 퇴사하는 것으로 여기던 1970년대 후반. 대졸사원으로 입행한 이 상무는 결혼도 하고 두 아이를 낳았지만, 가정은 오히려 사회생활에서 큰 버팀목이 됐다.
기업에서 여성들의 취업과 승진을 가로막는 ‘유리천장’(Glass Ceiling)이 사라지고 있다. 인사담당자들 사이에서는 이제는 ‘남성할당제’를 실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지난해 채용현황만 보더라도 기업은행(49%), 한국은행(34%) 등 금융권을 시작으로, 전자ㆍ정보기술(IT) 업계에서도 여성의 비율이 30%를 육박했다. 일반적으로 금녀(禁女)의 집단으로 알려진 철강ㆍ건설 등에서도 여성인력의 채용 비율이 10% 내외를 차지했다.
아직은 그 수가 많지 않지만, 여성 임원들의 활약도 종종 소개된다. 한국형 비아그라로 통하는 자이데나를 개발한 동아제약의 유무희 연구소장, LG전자의 WCDMA 휴대폰 개발의 주역 류혜정 상무, 삼성SDS의 최고정보책임자(CIO) 장연아 상무, 삼성SDI 2차 전지 개발팀의 김유미 상무보 등이 대표적.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나, 신세계 이명희 회장, CJ 이미경 부회장 등도 여성 특유의 감성적 리더십으로 오너이기 이전에 훌륭한 경영인으로 먼저 평가 받고 있다.
◆ 관계
공직사회에서도 여성 고위공직자 시대가 열리고 있다. 2004년 기준으로 중앙부처 3급 이상 공무원 1,661명중 여성은 43명으로 2.5%를 차지해 비중은 여전히 미미하다. 하지만 올 들어 여성 고위공무원이 전무했던 부처에서 발탁 인사가 잇따라 새 바람이 일고 있다. 여성 공무원의 저변이 넓어져 이 같은 추세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 10월 부이사관(3급)으로 승진한 교육부 박춘란(40) 대학정책과장은 교육부 내 첫 여성 고위공무원이다. 박 과장은 전체 정부부처에서 최연소 부이사관이다. 통일부, 정보통신부, 기상청도 올해 처음으로 여성 부이사관을 배출했다. 통일부 윤미량 남북회담사무국 회담 1과장,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의 김혜영 국제사업과장, 기상청의 조주영 관측황사정책과장이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모두 해당 부처의 ‘사상 첫 여성 서기관’, ‘사상 첫 과장’출신이다. 특히 우정사업본부의 김 과장은 전신인 체신부 시절까지 포함해 첫 여성 부이사관이며, 1884년 우정총국 개국 이래 우정사업부문 최고위직 여성공무원이다. 이와 함께 2월에는 환경부 첫 여성 부이사관인 이필재 국장이 정부 수립 후 첫 여성 감사관으로 임명됐다.
최고위직인 1급에서도 여성 공무원의 새 역사가 쓰이고 있다. 4월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장에 임명된 김혜원 원장은 정부 부처 최초의 기술직 여성 기관장이다. 올 8월 통계청 차장에 오른 김민경씨는 통계청 내 첫 여성 1급 공무원이란 이정표를 세웠다. 현재 정부 부처 내 여성 1급 공무원은 3명이다. 나머지 한 명은 김경임 주 튀니지 대사로, 첫 여성 외무고시 합격자이며 외교부 유일의 여성대사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