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거센 여풍(女風)은 군대라고 예외가 아니다. 2005년 군대에서도 금녀(禁女)의벽이 없음을 증명한 주인공
이 있다.
공군 제5전술공수비행단 256전술공수비행대대 조종사 이지영(27·공사 51기) 중위. 이 중위는 2005년 10월19~31일 열린‘05 보라매 공중 사격대회’에서 수송기 조종사로는 최초로공중투하 부문 수상자가 됐다.
22일 훈련 도중 전화기를 든 이 중위는“CN-235기 조종을 시작한 지얼마 되지 않아 부담감이 컸지만 자신감을 북돋아 준 대대장님 이하 256대대원들의 믿음이 큰 힘이 됐다”며 겸손해 했다.
그러나“여성으로서 어려움은…”이라는 질문 자체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조종사로서 남녀 차이는 전혀 없습니다. 개인차일 뿐입니다. 여자니까 꼼꼼하다는 식의 얘기도 말이 안됩니다. 그렇다면 남자는 덜렁덜렁하다는 가정인데 여자라고 다 꼼꼼하고예민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기자님의 편견을 자꾸 들으니 기분이 나빠집니다!”
이 중위는 서울 금란여고 시절 그저‘하늘’을 좋아하는 소녀였다. 공군사관학교를 지원할 때도 친구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조종간을 잡은 지 3년여 동안총 비행 시간은 400여 시간. 아직 신참이다. “문뜩문뜩 쳐다보는 하늘이 무작정 좋았습니다. 특별히 꿈과 야망이 있어서 그런게아니고, 물론 없는 것도아니지만…. 10년, 20년 뒤에 누가 물어 봐도 그냥 하늘이 좋아 공군이 됐다고 말할 겁니다. 직접 올라가서 보면 파란창공에서 느끼는 무한한 자유로움에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몸무게의 7배나 되는 압력을 견뎌야하는 비행은 이륙부터 착륙까지한순간도 정신을 놓을 수 없다.남자 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에“노코멘트”라고 넘어간다. 짬밥(군대 음식)이“좋다”고 할 만큼 군대 체질. 주말에는 영화를 자주 보고 수영과 웨이트 트레이닝도 즐긴다. “끌려가는 삶은 거부합니다. 여자라고 지레 겁먹고 포기하다니요.새해에는 더욱 노력해서 비행 실력을닦고 또 닦겠습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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