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공기업 한국전력공사의 지난해 최대 성과는 적극적인 해외 진출이었다. 필리핀 세부에 발전소를 착공한 데 이어 중국에 원자력 발전소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2004년 중국 허난(河南)성 우즈(武陟)에 10만㎾급 열병합발전소 건설을 시작했고 지아주오(焦作)시와 60만㎾급 화력발전소 투자 협정을 추진중이다.
한전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은 2004년 3월에 취임한 한준호 사장이 던진 회심의 승부수였다. 그 자신이 30년 가까운 공직 생활의 대부분을 에너지 분야에서 보낸 전문가이기 때문에 내릴 수 있었던 과감한 결단이었다. 직원 수 2만여명, 58조원의 자산을 갖고 있는 한전이 국내 시장에만 머물러서는 정체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서다.
한 사장이 한전에 새롭게 제시한 비전은 세계 최고의 종합에너지 그룹으로의 도약이다. 한전은 2015년까지 해외에 국내 발전용량의 6분의 1 수준인 1,000만㎾의 발전설비를 갖춘 에너지 수출기업으로 변신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그는 현재 매출액의 1%에 불과한 해외사업 수익을 10년 뒤 4%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 화력발전 중심의 사업 영역도 원자력, 배전, 통신 등으로 다각화하고 진출 지역도 남미, 중동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에 들어갈 연구개발(R&D) 비용도 현재 순매출액의 4%에서 6%로 늘려 관련 기술 40여가지를 개발해 성장엔진 다각화를 가속화할 방침이다.
한 사장의 노력은 이미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다. 한전 필리핀 법인이 필리핀 전체 전력량의 12%를 공급하면서 2004년 필리핀 10대 기업에 선정됐다. 2002년 현지에 세운 일리한 발전소는 미국의 전력전문지 ‘파워’에서 2003년 세계 최우수 발전소로 꼽혔다.
그러나 한 사장이 경제관료에서 CEO로 변신한 성공사례로 지목되는 진짜 이유는 과감한 경영혁신을 통해 공기업 한전의 체질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윤리경영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며 기업의 청렴도를 높였고,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또한 국내 최대 규모의 사회봉사단을 운영하면서 나눔의 경영에 앞서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한 사장은 공기업 CEO 가운데 63%라는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도 가장 경쟁력 있는 글로벌 기업을 만드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한 사장은 뛰고 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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