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에 남녀 구분이 따로 있나요, 실력이 곧 ‘명함’이죠.”
전형적인 남성 중심의 업무와 인사 구조를 가진 건설업계에서 남자 못지않은 실력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여성이 있다. 벽산건설 설계팀의 이재면(35) 과장. 그는 2003년 11월 분양된 최고층 일반 아파트인 부산 ‘벽산 아스타(52층ㆍ748가구)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 설계를 수행하는 등 남자 동료 직원들 못지않은 실력을 유감 없이 발휘하며 촉망을 받고 있다.
성균관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12월 여성으로는 드물게 기술직으로 벽산건설에 입사한 이 과장은 몇 달간의 짧은 수습 및 현장 경력을 제외하고 줄곧 설계팀에서 근무하며 연간 5개 가량의 프로젝트 설계를 맡는 등 지금까지 50여개의 설계 디자인을 맡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보직순환제가 적용되는 회사에서 이 과장이 설계팀에서만 13년 가량을 보내며 팀내 ‘터줏대감’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가진 여성 특유의 감성적이면서 섬세한 설계 감각이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과장은 “건설업무가 남자의 일이라는 생각은 편견일 뿐, 오히려 여성이 건설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분야가 꽤 있다”며 여성의 업무 경쟁력을 피력했다.
건설사가 상품을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수요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참신한 설계와 유려한 실내ㆍ외 디자인이 없으면 안되며, 이런 경쟁력은 여성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게 이 과장의 주장이다.
이 과장은 “기술직으로 입사하는 여직원 수가 최근 늘고는 있지만 대형 건설사 경우에도 기술직 여직원의 비율은 전체 직원의 1% 안팎에 그친다”며 “더 많은 기술직 여사원들이 입사해 건설 분야 곳곳에서 여성 특유의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아직까지는 건설회사 여성 임원은 눈 씻고 찾아봐야 1~2명이 고작일 정도로 여성에게 건설업계는 불모지와 다를 바 없다”며 “전문성을 갖춘 여성 임원이 돼 후배 여직원들에게도 간부급 직원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를 위해 한 때 접었던 대학원 진학도 계획중이다. 그는 “자기계발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98년 대학원 입학을 했지만 IMF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진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실내 인테리어나 미술 관련 대학원에 진학해 전문성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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